은행들, 시니어 고객 확보 사활
최근 금융사들이 시니어 고객 확보에 열 올리고 있다. 시중은행뿐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도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맞춤형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산 규모가 앞 세대보다 큰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고령층 진입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골든라이프 연금센터를 개편하고 시니어 고객을 위한 특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연금·은퇴자산 관리 중심에서 요양과 상속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은행 WM추진부를 주축으로 KB손해보험, KB라이프 등 계열사가 참여한 태스크포스(TF)도 꾸렸다. 신한은행 역시 올해 초 시니어 관련 사업 강화를 위해 전담 TF를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그룹도 시니어 특화 브랜드 ‘하나 더 넥스트’를 출범하고 본격적인 고객 유치에 나섰다. 은행, 증권, 생명보험, 손해보험 등 전 계열사가 연계해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서울 을지로, 선릉, 서초 등 3곳에서 운영 중인 오프라인 소통 채널인 ‘하나 더 넥스트 라운지’는 올해 상반기 중 서울 영등포에 추가 개점할 예정이다. 우리은행도 동소문, 영등포, 화곡동 등 세 곳서 고령층 특화 점포인 ‘시니어플러스 영업점’을 운영하며 고령층 고객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인터넷은행도 편리한 사용성(UI·UX) 등을 바탕으로 중장년 고객을 늘리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토스뱅크는 향후 3~5년의 중장기 전략으로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헬스케어·자산관리를 아우르는 라이프케어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는 대면 고객지원센터를 ‘토스뱅크 라운지’로 재단장하며 스마트폰 사용에 서툰 고령층 고객과의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고령층을 위해 홈 화면을 단순하게 구성한 ‘간편 홈’ 모드를 제공하고 있다. 케이뱅크도 고객 동의를 받아 고령층의 스마트폰 앱 사용을 원격으로 지원하는 기능을 도입했다. 젊은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인터넷은행이지만, 카카오뱅크의 50대 이상 고객 비중은 2018년 10%에서 지난해 26%로 늘었다. 토스뱅크에서도 40대 이상 고객이 전체의 48%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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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시니어 고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에는 954만명에 달하는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이 고령층에 본격 진입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디지털 금융에 익숙하면서도 소득이나 자산 규모도 앞 세대에 비해 큰 편이다. 통계청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가구의 순자산 보유액은 평균 5억1922만원으로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많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니어 고객 확보를 위해 단순한 재무 상담이나 금융상품 제공을 넘어, 요양법인 설립 등 비금융 영역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