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9월18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신도들과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 ‘독서광’으로 유명했다. 교황이 선종하며 그가 과거에 추천했던 책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는 특히 문학의 중요성을 말하곤 했다.
교황은 지난해 예비 사제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독서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라며 “특히 소설과 시를 읽으라”고 권한 바 있다. 그는 서한에서 “삶을 직시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소설과 시를 무시하거나 제쳐두거나 감상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남성과 여성의 마음에 말을 걸 수 있겠냐”고 물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이 서한은 C.S. 루이스, 마르셀 프루스트, T.S. 엘리엇,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등과 같은 문학 거장에 대한 언급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한다.

<세상의 주인> 표지. 교보문고 갈무리
문학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 온 교황이 생전 “모든 사람이 꼭 읽어 봤으면 좋겠다”며 강력하게 추천한 책은 영국의 가톨릭 신부이자 작가인 로버트 휴 벤슨(1871~1914)의 1907년작 디스토피아 소설 <세상의 주인>(Lord of the World)이다. 조지 오웰의 <1984>나 토머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물론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등에도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받는 책이다.
118년 전에 출간됐지만, 세계 대통령으로 등극한 미국 정치인과 교황의 대결을 그린 이 책은 오늘날 더 시의적절한 메시지를 전한다. 극단적인 물질주의와 인간 중심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인류가 어떤 비참한 상황에 이를지를 그린다. 100여 년 전에 쓰인 책이지만, 이미 하늘을 날아다니는 교통수단, 초고속 통신, 대량 살상무기 등을 예견하기도 했다.
교황은 <세상의 주인>에 대해 “세상이 이대로 흘러간다면 무슨 일들이 벌어질지를 정확히 묘사한 예언서 같은 책”이라고 했다.
- 문화 많이 본 기사
교황은 지난해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인공지능(AI)을 주제로 연설하면서도 이 책을 인용했다. 연설에서 교황은 “사람들에게서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권을 빼앗아 기계의 선택에 의존하게 만든다면, 인류는 절망적인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공동선을 위한 “건강한 정치”를 촉구했다. 그는 그러면서 <세상의 주인>을 언급하며 “정치 없는 미래, 획일화된 미래를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했다.
이외에도 교황은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저작들과 이탈리아 작가 엘레산드로 만초니의 <약혼자들> 등을 애서 목록으로 소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