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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문과무용론’…철학 교수 “인문학 역할 GDP 직접 창출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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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문과무용론’…철학 교수 “인문학 역할 GDP 직접 창출 아냐”

왕쥔(王俊) 저장대 철학원 학장 / 저장대 홈페이지

왕쥔(王俊) 저장대 철학원 학장 / 저장대 홈페이지

인공지능(AI) 열풍 속에서 중국 대학가에서도 ‘문과 무용론’이 휩쓸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저장대 철학과 교수가 “인문학의 가치는 경제성과를 직접 내는 것이 아니라 문명의 다양성을 보호하는 데 있다”며 학문 쏠림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왕쥔 저장대 철학원(단과대학) 학장은 22일 게재된 펑파이신문 인터뷰에서 “‘인문학은 쓸모없다’는 주장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난 100년 동안 여러 단계에서 나타났다”며 최근의 문과 무용론의 배경은 “기술숭배”라고 말했다. 그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인문학뿐만이 아니라 현재의 과학기술도 곧 쓸모없는 것이 된다”고 말했다.

왕 학장은 개혁·개방 열풍이 불었던 30년 전에도 ‘지식 무용론’이 있었다며 “역사상 모든 기술적 도약은 인문학의 공간을 일시적으로 압박했지만 결국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 인문정신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문학의 가치는 GDP를 직접 창출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인류 문명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보호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왕 학장은 “당장 쓸모있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평생 배울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며 미래의 인문학 교육은 일반 인문학 교육, 평생 시민교육, 엘리트 전문가 교육의 세 층위로 나뉘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인문학은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 인공지능시대 윤리와 제도를 설계하는 방식 등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인문·사회계열 전공도 구조조정의 압박을 받고 있다. 청년실업률이 2023년 6월 재학생을 모수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개편하기 이전 한때 21%에 달하는 등 대졸자의 취업난이 가속화되면서 취업에 불리한 ‘문과 무용론’이 확산됐다.

올해 AI 열풍에 대학들은 앞다퉈 AI 관련 학과를 증설하고 인문·사회 계열 전공을 줄이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모교이자 이공계 최고 명문인 칭화대는 올해 학부생 정원을 약 150명 늘리고, 새로운 교양학부를 설립해 AI를 여러 학문과 통합하는 인재를 양성하기로 했다.

상하이 푸단대는 지난달 문과 신입생 모집 비율을 현행 30∼40%에서 20%까지 낮추고 기존 공과대학을 6개의 ‘혁신학원’으로 나누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푸단대는 인문·사회 분야가 강점인 대학이라 파장이 더 컸다. 이공계가 강한 라이벌 저장대가 딥시크 개발자 량원펑을 배출하며 조명을 받은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문과 무용론은 대학이 자초한 면도 있다. 중국 대학들이 2000년대 비교적 비용이 적게 드는 인문·사회 계열 전공을 확장하며 몸집을 늘렸기 때문이다. 푸단대에서 18년간 근무했던 정치학자 후웨이는 언론 기고문에서 “문과 무용론은 근시안적”이라면서 “지금의 문제는 문과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문과의 학술적 쓰레기를 청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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