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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줄 당기며 봉 휘두루며 건강 찾는 안동 어르신들…노년층 위한 대근육 운동 프로그램 ‘주목’

입력 2025.04.22 14:50

지난 18일 경북 안동시 와룡면 태1리 마을회관에서  70, 80대 지역민들이  국립경국대 체육교육대학원 김민주 강사와 함께 고무줄을 이용한 근력 강화 운동을 하고 있다.  김세훈 기자

지난 18일 경북 안동시 와룡면 태1리 마을회관에서 70, 80대 지역민들이 국립경국대 체육교육대학원 김민주 강사와 함께 고무줄을 이용한 근력 강화 운동을 하고 있다. 김세훈 기자

“아휴~힘들다.” “정말 되다 되.” “땀난다” “갈수록 힘드네.”

볼멘소리가 나왔지만 표정은 밝았다. 근력 운동을 하는 할머니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마냥 즐거워했다.

지난 18일 경북 안동 와룡면 태1리 마을회관에는 70, 80대 지역민 15명이 둘러 앉았다.

“배에 힘주세요. 허리는 꼿꼿이 펴고요.” 국립경국대 체육교육대학원 김민주 강사가 외쳤다.

목, 어깨, 허리 스트레칭에 이은 근육 강화 운동. 고무줄, 봉을 이용해 팔뚝, 허벅지, 허리, 가슴, 종아리 등 대근육을 강화하는 동작들이었다. 할머니들은 뻣뻣한 몸을 어떻게 하든 움직이려고 애썼다. 동네를 한두 바퀴 천천히 도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운동이었다.

김 강사는 살살 달래고 어르며 노인들을 독려했다. 학부생 고태곤씨도 도왔다. 횟수와 강도가 조금씩 올라갔다. 할머니들은 구령에 맞춰, 스스로 횟수를 세며 열심히 따라했다. 까르르 웃기도 하고 농담도 하고 자랑도 하면서 한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손옥조씨(81)는 “몸이 가벼워지고 힘이 붙는다”며 “땀나고 힘들지만 재밌다. 다음 수업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천정자씨(83)는 “처음 할 때는 몸살이 났는데 지금은 괜찮다”며 “집에 가서도 TV를 보면서 틈틈이 개인 연습도 한다”고 말했다.

와룡면 보건지소와 경국대 체육학과가 함께 진행하는 ‘허리 쭉 무릎 튼튼 건강교실’ 프로그램은 인기만점이었다. 오는 11월까지 일주일 두 번씩, 총 30회 수업이 이어진다. 운동 전문가들이 기구를 갖고 동네로 찾아가 지도한다. 손동작이 중심인 흥미 위주 오락 프로그램과는 달랐다. 윤혜랑 주무관은 “어르신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낙상으로 인한 골절”이라며 “단순한 걷기와는 다른 대근육 강화 수업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은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경국대 체육학과 송홍선 교수가 짰다. 송 교수는 “노년층에게는 에너지를 많이 쓰면서도 근력을 강화하고 부상 위험도를 줄이는 운동이 절실하다”며 “근력 강화 운동과 지구력 운동을 함께 하면 운동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경북 안동시 와룡면 태1리 마을회관에서  70, 80대 지역민들이  국립경국대 체육교육대학원 김민주 강사와 함께 닥터봉을 이용한 근력 강화 운동을 하고 있다.  김세훈 기자

지난 18일 경북 안동시 와룡면 태1리 마을회관에서 70, 80대 지역민들이 국립경국대 체육교육대학원 김민주 강사와 함께 닥터봉을 이용한 근력 강화 운동을 하고 있다. 김세훈 기자

지금까지 총 8차례 수업이 이뤄졌다. 윤 주무관은 “프로그램을 하기 전에 사전 검사를 했고 올해 말 사후 검사도 진행한다”며 “사후 검사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윤 주무관은 지금 보건지소에서 일하는 간호사다. 윤 주무관은 “관절염 환자가 점점 줄어들리라 기대한다”며 “무료한 표정의 어른들이 활력있게 변하는 것부터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송 교수는 과거 한국스포츠과학원에서 수영 스타 박태환을 지도한 현장 전문가다. 송 교수는 “어르신들이 처음에는 동작을 따라 하는 것조차 힘들었다”며 “운동 횟수, 관절 가동 범위가 늘어나면서 점점 자연스러운 동작이 나오는 걸 보면 나도 놀란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경북 산불 이재민이 거처하는 체육관을 방문해 운동을 지도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송 교수는 “국가와 지역에 이바지하는 것은 국립대, 공무원의 사명”이라며 “근육에 힘이 생기면서 밝고 건강해지는 어르신들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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