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의 한 중학교에 전시된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에 한 교사가 입을 맞추며 슬퍼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에 전 세계가 비통에 잠겼다.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수천명의 인파가 모여 애도를 표했고, 각국의 성당에도 프란치스코 교황을 추모하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곁을 한순간도 떠나지 않았던 교황의 뜻을 기억하고 이어가자는 다짐이 전 지구를 뒤덮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한 21일(현지시간) 성 베드로 광장은 조의를 표하기 위해 모여든 인파로 가득했다. 황혼이 깊어질수록 광장은 촛불로 밝아졌다. 이날 오후 7시30분 프란치스코 교황을 추모하는 묵주 기도회가 마우로 감베티 추기경의 주례로 시작됐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여러 번 말씀하셨던 ‘나를 위해 기도하는 것을 잊지 말라’는 초대의 말씀을 우리 모두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이 거룩한 부활절에 부활하신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의 부활절을 함께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신자들과 추모객들은 촛불과 묵주, 교황의 사진을 들고 프란치스코 교황을 위해 기도했다. 눈물을 흘리고, 교황이 서서 축복을 내렸던 텅 빈 발코니를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사제가 바치는 성모송을 따라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을 읊조리는 소리가 여러 언어로 울렸다. 묵주 기도가 끝나자, 수천명의 인파가 박수갈채로 프란치스코 교황을 배웅했다. 이들 중 다수는 자정이 넘도록 광장을 지키며 프란치스코 교황을 애도했다. 로마 시민인 에마누엘라 티나리와 그의 남자 친구 지안마르코 오미치올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많은 사람을 더 가톨릭교회에 더 가까워지게 만든 교황이었다”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고국 아르헨티나에서도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7일간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고,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성당에서는 특별 미사가 거행됐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때 대주교를 지냈던 곳으로, 생전 그를 만났던 이들도 미사에 참가해 그를 기억했다. 은퇴한 간호사인 마틸드 돌로레스(82)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내게 견진성사를 해 주셨다”라며 “언제나 어려운 이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셨던 분”이라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아르헨티나 축구 협회는 예정된 경기를 모두 하루 연기하고, 일주일간 모든 경기 전에 묵념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아르헨티나 축구 영웅 리오넬 메시는 이날 SNS에 “교황님이 그리울 겁니다”라고 추모의 글을 올렸다.
인구의 80%가 가톨릭 신자인 필리핀도 전국이 슬픔에 잠겼다. 2015년 필리핀을 방문해 6000명 이상의 사망자 낸 태풍 ‘하이옌’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구호를 촉구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필리핀 국민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필리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롤로 키코(할아버지 프란치스코)’라 불렸다. 마닐라 대주교인 호세 아드빈쿨라 추기경은 미사에서 “롤로 키코는 우리에게 진정한 아버지였다”라고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외에도 전 세계 각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추모하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는 개장 전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에펠탑이 소등됐다. 연방 총선이 진행 중인 호주에서는 정치권의 합의로 선거 운동이 중단됐다. 이탈리아 축구계는 세리에 A 경기를 연기했다. BBC는 “영국 웨스트민스터와 폴란드 바르샤바,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우크라이나 키이우까지 수천명의 신자들이 조의를 표하기 위해 모였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