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위험한 국가의 위대한 민주주의’ 출간한 윤비 성대 교수 “한국 시민사회, 극우 목소리 모범적으로 봉쇄”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닫기

보기 설정

닫기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닫기

본문 요약

닫기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닫기

‘위험한 국가의 위대한 민주주의’ 출간한 윤비 성대 교수 “한국 시민사회, 극우 목소리 모범적으로 봉쇄”

김창길 기자

김창길 기자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윤석열의 12·3 불법계엄이 던진 커다란 충격 중 하나는 극우 세력의 부상이다. 대통령이 불법적 계엄을 선포해 헌정을 유린하고 그 지지자들이 법원까지 침탈하는 모습에 시민들은 경악했다. 한국 사회가 극우 파시즘 전 단계에 도달했다는 우려까지 학계 일각에서 나왔다.

그러나 최근 <위험한 국가의 위대한 민주주의>(생각정원)를 출간한 윤비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21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탄핵 국면에서 극우 세력의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 (주변부로) 밀려날 것”이라며 “한국 시민사회는 극우적인 주장들을 전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봉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한국 사회에 극우 파시즘은 언제나 있었다”면서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보수가 절연하고 있었던 파시즘적인 주장들이 주류 안으로 밀려들어오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극우적인 주장들이 시민사회에서 계속 밀려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민주주의 쇠퇴는 전 세계적인 관심사다. 윤 교수는 2023년부터 2024년 사이 10개월 동안 베를린 고등연구원 펠로우로 지내면서 이를 절감했다. “전 세계에서 모인 학자·언론인·작가 30여명이 민주주의의 위기 문제에 대해 너무나 많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윤 교수에 따르면 민주주의는 국가라는 거대한 괴물을 통제하기 위해 인류가 찾아낸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국가라는 괴물을 다루지 못하면 그 괴물에 잡아먹힐 수 있다. 민주주의는 단순한 이상이나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삶과 죽음”이 걸린 문제다.

윤 교수는 민주주의 없이는 안정과 성장을 누릴 수 없다고 말했다. “히틀러가 했던 방식으로 경제를 성장시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어받지 않는 독재자는 결국 전쟁을 일으키고 국가를 몰락시킨다는 걸 경험했습니다. 심지어 인류 사회에 가장 큰 범죄를 일으켰죠.”

윤 교수는 한국 보수주의 세력이 극단적 권위주의·반공주의와 절연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에서 타협의 문화를 정착시킬 수 없다고 본다.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민주공화국의 정신을 부정하는 극우로 퇴행한 세력과 타협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보수성향 유권자들이 극우적 주장과 명확한 선을 그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자신이 보수라고 생각하는 분들의 결단이 아주 중요합니다. 보수 안에서 그런 (극우적) 목소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메시지가 분명히 나오지 않으면 반대편 극단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극우를 밀어내기 위해서라면 뭐든 해도 된다’는 식의 또다른 극단적 목소리가 나오면서 공론장의 질적 수준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오는 6월 대통령 선거를 통해 “중요한 분수령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극우적 사고가 더는 주류가 될 수 없다는 확실한 증거가 나타난다면, 주변부에 있는 극우적 목소리들도 잦아들 겁니다.”

그는 민주당을 향해서도 ‘적 아니면 동지’라는 논리와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더라도 민주적 가치에 동의하는 정당에 대해서는 문을 더 열어야 합니다. 손해를 좀 본다 싶더라도 열어야 돼요.”

이탈리아는 “멀쩡해 보이는 민주주의 체제라도 그 안에 패거리 정치와 부패, 진영논리가 자리를 잡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탈리아는 경제적·문화적으로는 선진국으로 꼽히지만 정치가 표류하면서 발전이 정체된 국가다. 한국이 이탈리아의 길을 가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탈리아는 파시즘의 과거와 확실히 단절하지 못했어요. 한편으로 정치적 견해의 양극화는 너무 심했습니다. 그래서 베를루스코니처럼 함량 미달 정치인이 지도자가 됐죠. 저쪽 진영이 싫어서 (결함에) 눈감아 준 겁니다.”

결국 한국이 이탈리아의 길로 가지 않을 수 있는 열쇠는 좋은 정치에 있고, 좋은 정치를 이끌어내는 힘은 시민사회에 있다고 윤 교수는 강조했다. 내란과 탄핵 사태를 겪으면서 한국 시민사회의 저력을 확인한 것은 큰 성과다.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가 또 한번 결정적으로 진화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군부독재와 민주화 운동을 교과서로만 봤던 20~30대들이 이번 사태를 지켜봤다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게 결국에는 한국 민주주의에 큰 자원과 힘이 될 거라고 봅니다.”

‘위험한 국가의 위대한 민주주의’ 출간한 윤비 성대 교수 “한국 시민사회, 극우 목소리 모범적으로 봉쇄”
  • AD
  • AD
  • AD
닫기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