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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드 ‘소년의 시간’이 던진 질문

입력 2025.04.22 20:32

수정 2025.04.2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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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국 드라마 <소년의 시간>이 영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드라마는 13세 소년이 여학생 살해 혐의를 받는 사건을 중심으로, 청소년들 사이에 이미 퍼져 있는 매노스피어(manosphere·남초 온라인 커뮤니티)와 인셀(Incel) 문화, 유해한 인플루언서, 온라인 여성혐오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영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학교에서 모든 학생이 이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제안을 수용하면서 중등교육 과정에서 이를 무료로 접할 수 있게 됐다.

드라마는 ‘소년이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됐나’에 집중하면서, 소셜미디어에서 확산하고 있는 남녀 혐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언어·문화의 실체를 들춰낸다. 특히 극중 핵심적으로 다뤄지는 ‘인셀’은 ‘비자발적 독신주의자’(Involuntary celibate)의 줄임말로, 여성에게 외면당한다고 느끼는 매력 없는 남성을 뜻한다. 이들이 온라인상에 모여 반여성·반페미니즘 정서를 강화하는 ‘매노스피어’ 문화는 여성에 대한 불만과 혐오를 정당화하는 위험한 기제로 묘사된다.

현실을 날카롭게 반영했다는 평가 속에 드라마는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고, 영국 교육계와 시민사회에서는 대응 방안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많은 연구자들은 이 드라마가 온라인 공간에 만연한 여성·남성 혐오 문화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최근에는 이 드라마를 본 후,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 소셜미디어 속 ‘10대 속어’를 이해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이러한 표면적 대응은 한계가 있고, 진정한 해결책은 교육 현장·가정·사회 전반의 구조적이고 실질적인 개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특히 학교는 젠더 폭력과 혐오를 줄이기 위한 핵심 공간이기에, 젠더 평등 교육을 전체 교과 과정에 통합하고 교사 연수·교육 과정에도 관련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드라마에서도 학교 교사들이 혐오와 갈등 문제를 마주했을 때 명확한 대응 지침 없이 학생들에게 끌려다니는 장면이 반복된다. 이는 실제 교사들이 겪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현재 영국 교사들은 업무 과중과 인력 부족 탓에 급변하는 소셜미디어 문화와 혐오 확산 문제에 대해 효과적인 대응이나 대화를 이끌 훈련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연구자와 현장 교사들은 정부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투자와 현실을 반영한 구체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밖에도 10대의 소셜미디어 사용 금지, 강력한 미디어 규제(온라인 안전법 개정) 등이 논의됐으나 법 제도 도입에 대한 우려와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소년의 시간>은 왜곡된 성문화, 교권 붕괴, 성별 혐오, 극단주의, 소셜미디어의 폐해와 같은 교차적인 사회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며 부모와 청소년, 정치인들 사이에 중요한 대화를 촉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청년세대의 성별 갈등이 심화하고 혐오범죄와 보복성 성범죄가 증가하는 가운데 중고등학교 현장에서부터 시작된 대화와 인식의 부재, 소셜미디어 중독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소년과 소녀의 시간을 지키기 위해, 이제 우리도 대화를 시작해야 할 시간이다.

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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