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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살부터 노인인가요?

“우리 엄마가 환갑이 넘으셨는데 이제 노인이셔…” TV 드라마 속 딸의 말을 듣고 문득 궁금해진다. ‘예순이면 노인일까?’ ‘그럼, 환갑이 넘었으면 노인이지.’ ‘아니야, 요즘은 70대에도 젊은이 못지않게 건강하고 활기차게 사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렇다면 도대체 몇살부터 노인일까?

몇해 전 방영된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는 여든을 앞둔 주인공들이 웃고, 싸우고, 여행하고, 사랑한다. 배우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에서 열정적인 연기를 펼쳐 74세의 나이로 아카데미 조연상을 수상했다. 밀라논나, 박막례, 김칠두 같은 시니어 인플루언서들은 자신만의 감성과 철학으로 삶을 멋지게 즐기며 많은 이들과 공유한다.

밝고 활기찬 그들은 우리가 오래도록 가지고 있던 어둡고 힘없는 노인의 이미지를 기꺼이 거부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정말 실감 난다.

“교수님, 몇살부터 노인인가요?” 수업이나 강연에서 자주 받는 질문이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65세부터 노인이라고 여겨왔다. 19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에서 정한 이 기준은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나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일반적으로 65세를 노인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보통 이 나이가 은퇴 시기이자 각종 복지 혜택이 시작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현재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약 83세로 늘어났고, 건강수명 즉 건강하게 살아가는 기간 역시 74세를 넘어섰다. 정년퇴직 후에도 20~30년을 더 건강하고 활기차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노인’이라는 단어가 예전과 다르게 다가오는 이유이다.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2024 서울서베이 도시정책지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시민이 생각하는 노인의 연령 기준은 평균 70.2세였다. 응답자의 절반은 노인의 나이를 70~74세 사이로 생각하고 있었고, 65세 이상 응답자들이 생각하는 노인의 나이는 이보다 더 높아서 평균 72.3세였다. 실제 사람들의 인식은 법적으로 정해진 노인의 기준인 65세보다 무려 일곱 살이나 많았다.

노인 연령 기준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도 노인의 연령 기준을 70세로 올리는 논의를 이미 시작했다. 이렇게 노인의 연령 기준을 올리려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복지 재정 부담 때문이다. 우리는 초고령화와 초저출생으로 생산연령인구가 줄고 노년부양비가 증가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노인의 기준을 늦춤으로써 복지 지출을 조정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노인의 연령 기준을 바꾸는 데는 현실적인 고민도 따른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다. 기초연금이나 돌봄 서비스는 많은 노인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사회적 지원이다. 만약 노인의 연령 기준이 갑자기 높아진다면, 이미 어렵게 살아가는 노인들이 복지 혜택에서 밀려나 더욱 큰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 또한 노인 연령 기준의 갑작스러운 변화로 자기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사회적 소외감이라는 심리적 문제가 만연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 ‘노인’이라는 개념을 다시 생각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우리의 삶과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반영한 노인의 기준이 필요하다. 연령 기준을 조정하기에 앞서 변화로 인한 파장을 충분히 고려하고, 특히 취약계층 노인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복지정책을 개선해야 한다. 노인을 단지 보호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역할을 수행하는 사회적 존재로 인식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노인이 존중받고 활기찬 삶을 살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김기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김기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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