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국립오페라극장 ‘전속 솔리스트’ 활동
마포아트센터 상주 음악가 선정…성악가론 처음

올해 마포아트센터 상주음악가 ‘엠(M) 아티스트’로 선정된 바리톤 박주성이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라운드 테이블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래를 못하는 건 분명해요. 대학 들어갈 때도 삼수를 했고, 학교에서도 빛을 발하지 못했어요. 콩쿠르 경력도 화려하진 않고요.”
올해 서울 마포아트센터의 상주 음악가인 ‘M 아티스트’로 선정된 성악가 박주성(32·바리톤)이 23일 리사이틀을 시작으로 8월 야외 공연과 12월 공연 등 총 세 차례에 걸쳐 상주 음악가 자격으로 무대에 선다. 국내 공연장에서 성악가가 ‘상주 음악가’로 선정된 것은 박주성이 처음이다.
박주성은 지난 18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떨리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면서 “제가 직접 공연 레퍼토리를 정할 수 있어 재미도 있고 책임감도 느낀다. 제 무대를 보고 ‘제2의 박주성’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리사이틀에서 말러 연가곡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가곡 ‘내 안에 사랑을 담아’, 모차르트와 코른골트의 오페라 아리아 등을 부른다. 오페라 아리아부터 리트(독일 가곡), 오라토리오까지 다양한 곡을 청중과 나누기 위한 선곡이다.
박주성은 2021년 한국인 최초로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극장 ‘영 아티스트’로 선정됐고, 지난해부터는 같은 극장 전속 솔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콩쿠르에서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냈다. 2021년에는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 콩쿠르 본선에 진출해 주목받았다. 같은 해 플라시도 도밍고가 주최하는 오페랄리아 콩쿠르에선 3위를 차지했다. 2023년에는 헬무트 도이치 독일 가곡 콩쿠르 2위에 입상했다. 그럼에도 박주성은 거듭 “노래를 잘 못한다”며 겸손해했다.
연세대에서 성악을 공부한 그는 성악가로서 자신의 강점은 ‘언어’라고 말했다. 특히 오페라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독일어와 이탈리아어에 자신이 있다. “제가 뛰어난 성악가라서가 아니라 동양인인데 독일어 원어민처럼 노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많은 관심을 가져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기회를 얻었고 그만큼 더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오페라에 처음으로 매력을 느낀 건 고등학교 1학년 때 관람한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을 통해서였다. “성악가들의 노래와 아름다운 무대에 충격을 받고 오페라와 관련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성악을 해보라는 음악 선생님의 조언을 듣고 노래를 시작했지만 대학 때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늘지 않아 포기할까 생각한 적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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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음악가들이 활동을 중단해야 했던 코로나19 시기가 그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됐다. 팬데믹 때문에 대구국제오페라 어워즈가 영상을 보내 평가받는 방식으로 바뀌었는데, 이때 제출한 영상을 본 빈 국립오페라극장 관계자로부터 ‘영 아티스트’ 오디션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빈 국립오페라 극장 관계자가 ‘뛰어난 점은 없는 것 같은데 희한하게 매력이 있다’고 했어요. ‘영 아티스트’를 마친 뒤 정식 솔리스트 제의를 받았을 때 고맙고 자랑스러웠습니다.”
빈 국립오페라극장은 한 해 60편가량의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그가 익혀야 할 역할만 20개에 이른다. 그는 “많은 작품들과 많은 역할들을 1~2주에 불과한 시간 동안 높은 수준으로 만들어내는 훈련을 하고 있다”면서 “특정 레퍼토리의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유연한 성악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