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 사랑한 모습 못 잊어”…세월호 유족·성소수자 등도 추모

염수정 추기경과 정순택 대주교 등 서울대교구 주교단이 22일 서울 명동대성당 지하 성당에 마련된 프란치스코 교황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선종한 뒤 한국에서도 추모가 이어졌다. 방한 당시 교황을 직접 만난 세월호 유족, 미사에 초청받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쌍용차 해고노동자 등은 “약자를 사랑한 교황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유족인 ‘유민 아빠’ 김영오씨는 22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교황께서 노란색 배지를 달고 다가오시던 모습이 여전히 눈에 선하다”며 울먹였다. 2014년 8월 김씨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34일째 단식을 하고 있었다. 그는 “같은 국민에게도 질타와 조롱을 당할 때여서 너무 힘든 시기였는데 진정으로 손을 맞잡아주셨다”며 “가끔 주교분들을 통해 교황께서 ‘세월호 어떻게 되어가고 있냐’고 물으셨다는 소식을 듣고 약자를 향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지난해 한국에서 동성커플로는 처음으로 사제의 축복을 받은 유연씨(활동명)도 통화에서 울먹이며 “정말 의지했던 어른이 떠나신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교황의 말씀 이후로 본당 신부님께서도 ‘포용의 정신’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저도 엄마에게 커밍아웃할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김득중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 힘든 시기였는데 교황님 덕분에 우리 문제를 조금이라도 더 알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다”고 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도 “그날 받았던 묵주를 계속 간직하고 있다”며 “하늘에서도 교황께서 대한민국을 지켜달라고 기도드리고 있다”고 했다.
이날 서울 중구 명동성당 교황 분향소에는 굵은 빗줄기 속에서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송모씨(83)는 “2014년 서울 종로에서 (교황을) 봤을 때 너무 위로받는 것 같았는데, 그런 분이 좀 더 세상에 계시지 벌써 가셔서 서운하다”며 눈물을 닦았다. 연차를 내고 왔다는 김기혁씨(67)는 “예수님의 모습을 가장 근접하게 보여주신 분이었다”며 “돌아가셔서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배율리안나씨(64·세례명)는 “탈권위적이고 가난한 이들을 생각하던 분이라 가장 존경했다”고 말했다. 중간고사가 끝나자마자 성당을 찾았다는 대학생 양희권씨(21)는 “교파가 다르다고 배척하지도 않고 소통과 대화를 하려고 노력하신 분이었다”며 “나는 개신교도이지만 교회의 큰어른을 잃어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명동성당 분향소는 오는 26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교황 장례미사가 엄수될 때까지 매일 오전 9시~오후 9시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