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나선 최상목·안덕근

무거운 발걸음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2+2 통상 협의’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2일 인천공항 출국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진보당 관계자들이 대미 협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양국 재무·통상수장 첫 회동
미, 비관세 장벽 언급 가능성
대중 제재 동참 요구할 수도
정부 ‘일단 듣자’ 신중 모드
“방위비 패키지엔 선 그을 것”
한·미 양국이 오는 24일(현지시간) 열리는 ‘2+2 통상 협의’에서 본격적인 관세 협상에 돌입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관세전쟁을 선포한 이후 처음으로 양국 재무·통상 수장이 마주 앉는 만큼 미국 측에선 액화천연가스(LNG) 투자협력을 비롯해 소고기·쌀 시장 추가 개방 요구 등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2+2 통상 협의’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2일 출국했다. 최 부총리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24일 미국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 ‘한·미 2+2 통상 협의’를 할 예정이다.
최 부총리는 이날 출국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 동맹을 새롭게 다지는 논의의 물꼬를 트고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미 2+2 통상 협의 의제는 미국과 조율 중이며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미국이 초반에 언급한 LNG 추가 구입 및 투자협력, 조선업 협력을 바탕으로 협상의 틀을 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일단 미국산 소고기 월령 제한과 쌀 저율관세할당 등 비관세 장벽 완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고율의 상호관세를 발표하며 쌀·자동차·소고기 등 특정 품목 교역을 한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의 사례로 언급하기도 했다.
최근 1차 관세 협상을 진행한 일본도 농산물 수입 확대와 미국 수입 자동차의 안전 기준 재검토를 관세 협상에 활용했다.
미국 측이 방위비 분담금을 통상 문제와 합친 ‘패키지 딜’로 제안할 수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방위비는 ‘2+2 통상 협의에서 얘기할 주제가 아니다”라며 “방위비 분담금은 국회 비준 사안이라는 점도 미국 측에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협의에서 중국에 대한 제재 동참 요구 가능성도 점쳐진다. 미국은 고율 관세 부과로 중국 기업의 우회 수출 시도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원산지 검증 강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베선트 장관이 중국산 수입을 막기 위해 멕시코·캐나다가 대중 관세를 높이고, 대신 미국의 관세는 경감받는 ‘북미 요새’를 거론하는 점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정부가 대중 제재에 동참할 경우 수출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중국은 한국 수출 비중이 20%에 육박하는 핵심 시장이다. 한국 주요 기업의 글로벌 생산설비 중 15∼20%(지난해 말 기준)가 중국에 있을 정도로 공급망 의존도도 높다.
정부는 이번 방문에서 미국의 요구사항을 일단 들어보겠다는 입장이다. 2+2 회동의 성격도 ‘협상’이 아닌 ‘협의’로 규정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의제로 준비하지 않은) 어떤 사안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우리가 이번에 섣불리 카드를 제시하는 것은 자승자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최근 미국 현지 투자 확대와 에너지 수입 확대 등 대미 무역수지 흑자폭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