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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진보적 교황이 떠났다···영화 ‘콘클라베’ 현실판 된 가톨릭

입력 2025.04.23 06:00

수정 2025.04.2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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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민족주의 득세 가운데 교회 분열 기로”

‘역사상 가장 개혁적 교황’으로 불린만큼

교회 내 반발 세력도 많아

콘클라베 참석 135명 추기경 중 80% 교황 임명

“역사상 가장 예측 불가능한 콘클라베 될 것”

2013년 3월 12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열린 콘클라베 시작 전 시스티나 성당에서 추기경들이 라틴 찬송가 “Veni Creator Spiritus”를 합창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2013년 3월 12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열린 콘클라베 시작 전 시스티나 성당에서 추기경들이 라틴 찬송가 “Veni Creator Spiritus”를 합창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신앙의 문을 “모든 이들, 모든 이들, 모든 이들”에게 열어주며 소외된 자들의 편에 선 교황이었다. 역사상 가장 개혁적 교황으로 불렸지만 그만큼 교회 내부 반발도 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서구 사회에서 민족주의와 극우 세력이 기승을 부리는 시기에 소외된 이들을 옹호하던 교황의 선종으로 가톨릭교회가 분열의 기로에 섰다고 진단했다.

WP는 차기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이번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가 “역사상 최대 규모이자 가장 예측 불가능한 회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교황이 실질적 후계자를 남기지 않아 유력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검은 연기(투표 부결)가 피어오르는 날이 여러 차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내달 초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콘클라베는 치열한 보혁 갈등이 예상되는 가운데 영화 <콘클라베>의 현실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교황청 전문기자이자 프란치스코 교황 재위 기간 교회 내부의 갈등을 다룬 책 <미완성>의 저자인 마르코 폴리티는 “새 교황은 콘클라베 이전이 아닌 콘클라베 과정에서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10년 넘게 교회 내 극우파는 진보적인 교황에 맞서 ‘내전’을 벌였다”며 “이번 콘클라베에서 유력한 후보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영화 <콘클라베>에서도 전통적 가치 회복을 내세우는 보수파와 전임 교황의 개혁적 행보를 계승하려는 진보 세력 간의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진다.

2013년 3월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의 지붕 굴뚝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선출을 알리는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2013년 3월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의 지붕 굴뚝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선출을 알리는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은 12년이 넘는 재위 기간 소외된 자들을 위한 사목을 강조하며 교도소를 찾아 수감자들의 발을 씻기고, 이혼 후 재혼한 가톨릭 신자들과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다가가는 행보를 보였다. 가톨릭 사제가 동성애 커플을 축복할 수 있게 허용했고, 교황청 장관 자리에 처음으로 여성을 임명하며 개혁적 행보를 보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 밖에서도 싸움을 이어왔다. 반이민 정책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및 유럽 정부와 충돌했으며,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이런 교황의 행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특히 미국의 보수적 가톨릭 신자들과 갈등이 깊었다. 미국 보수 가톨릭은 교황이 교회의 근본 교리에 혼란을 불러오며, 독재적인 리더십을 보인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각에는 보수적인 가톨릭 신자들이 많은데, 6년 전 가톨릭으로 개종한 J D 밴스 부통령이 대표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비롯해 트럼프 내각의 3분의 1 이상이 가톨릭 신자라고 전했다.

교황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의 보수성향 대주교와 거리를 두고, 지난 3월 워싱턴 차기 대주교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고 이민자 인권을 옹호해온 로버트 매켈로이 추기경을 임명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활절인 20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을 만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활절인 20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을 만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국 주교단에 보낸 편지에서 미국의 이민자 추방이 존엄성을 해치는 일이라고 비판하면서 밴스 부통령이 이민 단속 정책을 지지하기 위해 가톨릭 개념 ‘사랑의 순서’를 언급한 것과 관련, 교리를 잘못 해석했다며 콕 집어 지적했다. 밴스 부통령이 20일 바티칸에서 교황을 생전에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 중 하나가 됐다는 점은 역설적이다.

극우화하는 세계 정치 흐름 속에서 진보적인 교황이 선종하면서, 차기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에 세계적 이목이 쏠린다. 콘클라베에 참석하는 135명의 추기경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임한 성직자는 108명으로 80%를 차지한다. 교황은 르완다, 통가, 미얀마, 몽골, 남수단 등 저개발국에서 사상 첫 추기경을 임명하는 등 유럽 중심을 벗어나 지역 다양성을 넓히는 행보를 보였다.

교회 내부에서 교황의 진보적 행보와 사회 의제 개입에 곱지 않던 시선이 존재했던 만큼, 다시 보수 성향의 교황으로 추기경의 표심이 몰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액시오스는 추기경단 내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계승자가 나올지, 아니면 보수적 교황을 찾으려는 연대가 생길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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