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흥식 추기경. 연합뉴스
한국인 최초 교황청 장관인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이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가 꼽은 차기 교황 유력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후임자를 뽑는 콘클라베(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를 앞두고 22일(현지시간) 총 12명의 차기 교황 유력 후보를 선정했다.
유 추기경은 같은 아시아 출신인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필리핀)에 이어 11번째로 거론됐다. 코리에레델라세라는 유 추기경에 대해 “남북한 화해를 모색한 포콜라레 운동의 일원” “평화와 화해의 대화를 모색하는 인물” 등으로 설명했다.
‘벽난로’라는 뜻을 지닌 포콜라레 운동은 이탈리아 북부 도시 트렌토에 살던 여대생 끼아라 루빅이 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되는 것을 목격하고,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사랑을 실천하며 살자는 목적으로 1943년 창설했다. 이 운동은 ‘마리아 사업회’라는 공식 이름으로 교황청에 등록됐으며, 국제적인 평신도 사도직 단체로 성장해 1950년대 유럽과 북·남미 지역으로 운동을 확산했고 한국에는 1969년에 들어왔다.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가 꼽은 차기 교황 유력 후보 12명에 포함된 유흥식 추기경(하단 오른쪽에서 두 번째). 코리에레델라세라 홈페이지 갈무리
유 추기경은 2021년 6월 한국인 최초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발탁돼 프란치스코 교황 곁에서 활동하며 얼굴을 알리고 인맥을 쌓았다. 탁월한 업무 추진력과 소탈하고 열린 리더십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1951년생으로 현재 만 73세인 유 추기경은 다가오는 콘클라베에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고 피선거권도 누린다.
코리에레델라세라는 이외에도 피에트로 파롤린, 마테오 주피, 피에르바티스타 피차발라(이상 이탈리아), 프리돌린 암봉고 베숭구(콩고민주공화국), 블레이즈 쿠피치, 조셉 토빈(이상 미국), 페테르 에르되(헝가리), 안데르스 아르보렐리우스(스웨덴), 장마르크 아벨린(프랑스), 후안 호세 오멜라(스페인) 추기경을 유력 후보로 꼽았다. 이탈리아 출신은 3명이고 나머지 9명은 외국 출신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아시아계는 타글레 추기경과 한국의 유 추기경 2명뿐이다.
코리에레델라세라는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일 뿐만 아니라 교황청 내부에 탄탄한 정보망을 구축하고 있어 전 세계 가톨릭계에서도 주목하는 언론이다. 이런 점에서 유 추기경 이름이 직접 언급된 것을 두고 일각에선 교황청 내부 기류나 시각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