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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 ‘남국의 정취’ 자아내던 워싱턴 야자수 뽑는다는데, 대체 왜?

입력 2025.04.23 14:57

수정 2025.04.2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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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동·임항로 1.2km 일대 117그루 제거

제주시, 수 년째 수종 교체작업 진행

강풍 취약, 쓰러지거나 전선 엉키기도

제주시 외곽과 서귀포시는 ‘그대로’

탑동로 일대 가로수로 식재됐던 워싱턴야자수가 뽑혀 사라졌다. 워싱턴야자수 제거 전 모습(제주도 제공)과 제거 이후인 4월17일 탑동로 모습(박미라 기자).

탑동로 일대 가로수로 식재됐던 워싱턴야자수가 뽑혀 사라졌다. 워싱턴야자수 제거 전 모습(제주도 제공)과 제거 이후인 4월17일 탑동로 모습(박미라 기자).

지난 17일 오전 제주시 탑동로. 지난달까지 도로 양옆을 지키며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했던 워싱턴야자수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워싱턴야자수가 뽑힌 자리에는 머지않아 이팝나무가 식재된다.

남국의 정취를 자아내는 역할을 했던 워싱턴야자수가 제주의 도심지에서 사라지고 있다. 강풍 등에 의한 안전사고 우려 때문이다. 다만 워싱턴야자수 모두가 가로수에서 퇴출되는 것은 아니다.

제주시는 이달 탑동로와 임항로 1.2㎞ 구간에 있던 가로수인 워싱턴야자수 117그루를 제거하고, 다른 수종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이 곳에 있던 워싱턴야자수는 고내리레포츠공원, 곽지해수욕장으로 옮겨 심어진다.

23일 제주도에 따르면 워싱턴야자수는 1990년대 제주를 관광지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하와이’와 같은 휴양지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식재됐다.

하지만 15~27m까지 자라는 큰 키가 문제가 되고 있다. 너무 높게 자라다보니 강풍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태풍이 불 때면 야자수가 부러지거나 뽑혀 쓰러졌다는 신고가 적잖게 소방당국에 접수된다. 큰 키의 나무가 쓰러지면서 차량과 집, 각종 구조물은 물론 사람까지 덮칠 수 있다.

제주시는 안전사고 등의 우려로 인해 수년 전부터 관내 가로수로 쓰인 워싱턴야자수 1270여 그루 중 절반 가량을 뽑아 다른 나무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높게 자란 워싱턴야자수가 전선과 접촉하거나 얽혀 정전 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 때문에 2017년에는 한국전력 제주본부가 나서 제주시 가령로 일대 워싱턴야자수 230그루를 제거했다. 특고압선과 자주 엉킨데 따른 것이다. 처음에는 가지치기를 했지만 바람이 많이 부는 제주의 특성상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아래 아예 뽑아 다른 곳으로 이식했다.

탑동로 일대 가로수로 식재됐던 워싱턴야자수가 제거되고 이팝나무를 식재하는 수종 교체작업이 진행 중이다. 박미라 기자

탑동로 일대 가로수로 식재됐던 워싱턴야자수가 제거되고 이팝나무를 식재하는 수종 교체작업이 진행 중이다. 박미라 기자

강풍에 쓰러진 야자수. 제주소방안전본부 제공

강풍에 쓰러진 야자수. 제주소방안전본부 제공

당장 제주시에 있는 모든 워싱턴야자 가로수가 교체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탑동 일대 워싱턴야자수 교체 이후 다른 거리에 대한 제거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워싱턴야자수라고 해서 모두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 상가 주택 밀집지역이나 15m 이상 너무 높게 자라 안전사고 우려가 있는 곳이 교체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외곽지역 거리에 식재됐거나 높게 자라지 않은 워싱턴야자수는 그대로 가로수로 활용된다. 현재 제주시에 남아있는 워싱턴야자 가로수는 609그루다.

서귀포시는 제주시와 달리 워싱턴야자 가로수에 대한 제거나 수종 교체 작업을 별도로 하지 않았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대대적으로 워싱턴야자수를 제거하거나 가로수 수종교체를 한 적은 없다”면서 “다만 현장을 확인해 쓰러지거나 안전사고 우려가 있는 위험목, 고사목에 대해서만 개별적으로 제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귀포시에는 2300여그루의 워싱턴 야자수가 가로수로 식재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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