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시군공무원노동조합협의회가 고창군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남준 고창군의회 부의장이 고창의 한 노래방에서 다른 직원들을 나가라고 한 뒤 여직원 2명만 남은 상황에서 여직원 1명을 때리고 잡아당기는 등 폭행을 했다”며 비판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전북시군공무원노동조합협의회 제공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인 전북에서 지방의원들의 일탈 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
폭행, 외유성 연수, 성추행 발언, 막말, 청탁 의혹까지 불법적인 행태가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이들 의원에 대한 징계는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어 제도적 장치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주시의회 행정위원회는 전체 의원 8명 중 7명이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2박 3일간 충북 청주와 강원 평창·속초 등으로 외유성 연수를 다녀와 구설에 올랐다.
이번 연수는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대형 산불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전 국민적 고통이 큰 상황에서 다녀온 것이어서 전북 시민단체의 성명 등 비난이 거셌지만 별다른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전원 민주당 소속인 이들은 연수 다녀온 지 20일이 지나서야 지난 17일 최용철 행정위원장이 시의회에서 사과했지만, 해명에만 급급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민주당 전북도당 관계자도 징계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만 밝힌 채 어정쩡한 태도를 보인다.
고창군의회에선 군청 여직원을 폭행해 물의를 일으킨 의원도 있다.
차남준 고창군의회는 부의장은 지난해 12월 회식 자리에서 군청 여직원을 폭행하고 부적절한 접촉 의혹이 최근 알려지면서 물의를 빚고 있다. 고창군 공무원노조는 “차 부의장이 고창의 한 노래방에서 다른 직원들을 나가라고 한 뒤 여직원 2명만 남은 상황에서 여직원 1명을 때리고 잡아당기는 등 폭행을 했다”고 밝혔다. 6·3 대선을 앞두고 지역에서 논란이 일자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차 부의장을 제명했다.
군산시의회는 동료 의원 폄훼 발언한 의원의 징계 형평성 문제로 논란이다.
최창호 군산시의회 의원은 다른 시의원이 발의한 조례안을 놓고 무소속의 한경봉 시의원이 “검토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개진하자 정회 도중에 “공부 좀 하고 오라”는 모욕적인 발언을 해 한 의원의 반발했고 최 의원은 윤리특위에 넘겨졌다. 하지만 징계결의안은 찬성 9명에 반대 12명, 기권 1명 등으로 부결돼 민주당 동료의원 감싸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중앙당에서 현장 조사까지 한 뒤 징계 소식이 없는 의원도 있다.
지난해 12월 박용근 전북도의회 의원은 집행부 공무원들에게 수십억원대 에너지 절감 장치를 구매하도록 청탁과 압력을 행사한 의혹으로 지난 2월 윤리위에 넘겨졌지만 2개월이 다 되도록 아무런 조치가 없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사무실 입구 모습. 김창효 선임기자
이밖에 2022년 7월 제12대 전북도의회 출범 이후 음주운전과 갑질 행위, 부정 청탁 등으로 윤리특위에 넘겨진 의원만 4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원 명부를 빼낸 혐의로 유죄를 받은 이정린 의원과 피감기관으로부터 소고기를 얻어먹고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과태료 100만원 처분을 받은 윤영숙 의원은 징계 중 가장 낮은 수준인 공개 경고를 받았다.
이처럼 지방의원이 각종 비위를 저질러도 경고와 사과, 비회기 중에 진행될 수 있는 출석정지 등 사실상 없는 수준의 징계에 그쳤다.
현행 지방자치법에 따른 지방의원에 대한 징계는 공개 회의에서의 경고와 공개 회의에서의 사과,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제명 등 4가지다. 의원 징계는 윤리특위에서 징계 수준을 정하면 본회의에서 재적인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된다. 하지만 제명은 재적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문제는 지방의회 차원에서 최고 수위인 제명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윤리특별위원회 위원들의 소속 당 수에 따라 ‘제 식구 감싸기’를 하거나, 제명되더라도 행정소송을 통해 신분을 되찾는 경우가 많아서다.
일례로 동료 여성 의원과의 ‘불륜’ 사실을 스스로 폭로하고 당사자와 공개적인 언쟁으로 물의를 빚은 유진우 김제시의회 의원은 2020년 제명됐다가 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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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해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시의원에 당선됐다. 다만 그는 지난해 교제했던 여성을 폭행하고 스토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다시 제명됐다.
이창엽 참여자치 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지방의회 부활 이후 30여 년간 시민사회의 자정 노력 요구가 지속했음에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일탈 방지를 위한 교육을 강화하고 물의를 빚은 소속 의원들에 대해서는 당 차원에서 엄중한 조치와 징계가 뒤따라야 사후 발생할 수 있는 낯뜨거운 사건들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