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대선 1차 경선을 통과한 김문수·한동훈·홍준표·안철수 후보(왼쪽부터)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열린 미디어 데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 후보(가나다순)가 지난 22일 1차 컷오프를 통과했다. 2차 경선은 윤석열 탄핵 반대파 김·홍 후보와 탄핵 찬성파 안·한 후보가 맞붙는 2 대 2 구도가 됐다. 오는 29일 당원 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각 50% 반영해 본경선 진출자 2명을 가리고 이때 50% 이상 득표자가 없을 시, 5월3일 최종 결선투표를 진행한다.
지난 16일 시작된 1차 경선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실망의 연속이었다. 8명의 후보들은 탄핵 찬반 싸움에 매달렸다. 탄핵 반대파들은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 윤석열 파면에도 망동적 내란을 두둔했다. 그러면서 사저로 이사하면서도 “이기고 돌아왔다”는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과 절연할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 찬탄파 중에서도 안 후보는 윤석열 탈당을 공개 촉구했지만, 한 후보는 즉답을 피했다. 후보 8명이 한목소리를 낸 건 오로지 ‘반이재명’뿐이었다. 경선 토론회에선 밸런스 게임이랍시고 ‘바퀴벌레로 태어나기’와 ‘자동차 바퀴로 태어나기’ 중 하나를 고르라는 시답지 않은 질문이 나오고, ‘키높이 구두’ ‘눈썹 문신’ 같은 저급한 인신공격이 난무했다. 이러는 사이 극우에 잠식당하고 무너진 보수를 어떻게 다시 일으켜 세우고, 국정의 내우외환을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한 논의는 뒷전이었다.
경선 와중에 오히려 부각된 것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여부였다. 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그의 출마를 부추기고, 김 후보는 대선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한 대행과의 보수 단일화를 공공연히 얘기했다. 그러니 경선이 국민 주목을 받을 수 있겠나. 윤석열 파면 후 그를 비호한 책임도 큰 한때의 집권당 대선 경선에서 고작 이런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 것인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국민의힘의 최종 대선 후보가 누가 될지 예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금 같은 행태를 반복한다면 남은 경선도 국민들로부터 더욱 멀어질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국민의힘이 국민의 마음을 다시 얻고자 한다면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 불법 비상계엄과 극우집회 비호에 대해 사과하고, 윤석열을 출당시켜 그와의 관계를 끊어내는 것은 그 출발점이다. 이런 토대 위에서 보수 혁신 의지를 밝히고,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국민의힘은 유력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때문이 아니라 제풀에 넘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