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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프 푸셰와 한덕수

‘간보기’는 정치에서 고도의 처세술이다. ‘침묵, 중립적 태도, 명분 쌓기, 최후 행동’. 한 중진 정치인이 설명한 간보기 정치론이다. 겉으론 관망이나 거리두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상대 반응이나 여론 흐름을 보며 권력의 향배를 탐색하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간을 본다는 건 때로 유연하고 신중한 정치의 근육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극단적으로 생존에만 집착할 경우 간보기 정치는 기득권·특권에 기댄 기회주의라는 정치 술(術·재주)로 전락한다. 이런 기회주의는 자신의 그림자도 배신할 수 있다.

간보기 정치의 처세술을 말할 때 18세기 프랑스 정치인 조제프 푸셰를 빼놓을 수 없다. “권력은 바뀌어도 푸셰는 남는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푸셰는 프랑스혁명부터 공포정치·나폴레옹 집권기를 거쳐 왕정 복고기까지 권력에서 멀어진 적 없는 ‘실력자’였다. 혁명기엔 온건파·급진파를 오갔고, 로베스피에르가 공포정치로 권력을 잡았을 땐 그를 따르다 공포정치가 몰락하자 그를 제거하는 반동을 일으킨 인물이다. 나폴레옹 집권기엔 충성과 배신을 넘나들며 경찰장관으로 득세했지만, 1815년 워털루 전쟁에서 패한 나폴레옹을 배신하고 재빨리 루이 18세의 손을 잡았다. 그러나 푸셰는 권력의 신뢰를 얻지 못했고, 결국 1820년 유배지 오스트리아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았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푸셰와 권력의 본질을 다룬 <어느 정치적 인간의 초상>에서 “유일한 그의 신념은 권력 그 자체”라며 그를 ‘냉정한 계산기’라고 혹평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저울질이 입길에 오르내린다. 두 번의 국무총리, 진보·보수 정권을 오간 관료라는 이력에서 ‘카멜레온 정치인’ 푸셰를 떠올리게 한다. 대선의 ㄷ자도 꺼내지 말라더니, 그런 일이 있으면 알려드리겠다 하고, 이젠 노코멘트라며 수시로 말을 바꾼다. 푸셰는 정치라도 했지, ‘50년 관료’ 한 대행이 뜸들이며 간 보는 건 몸에 밴 기회주의 아닌가. 파면된 정권의 총리가 정치 하겠다는 것만도 염치없는 일인데, 그 파면으로 주어진 권력에 취해 대권을 기웃거리다니. “기회주의자는 포섭 대상일 뿐 지도자가 될 수 없다”고 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고는 ‘딱총’(딱 국무총리) 한 대행을 겨냥한 듯하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3일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3일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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