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시작됐다. 대통령 선거철이 되면 여야 가릴 것 없이, 이 사람 저 사람 교육 정책에 저마다 말을 보탠다. 특히 대입과 수능 관련 공약은 선거 단골손님이다. 예기치 않은 대선을 앞두고도 예외 없이 백가쟁명이 벌어진다. 대선 레이스가 본궤도에 오르지 않았는데도 벌써 대입 공약이 보도된다. 정시모집 중심 입시 체계, 연 2회 수능을 치른 후 대입에 최고 성적 반영, EBS 강좌 80% 이상 반영 등 내용도 다양하다. 공약을 발표하지 않은 분도 있으니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교육학자들이 각 대권 주자 캠프에 들어가 정책 제안을 쏟아내는 시기가 되면 교육 공약은 더 늘어날 것이다.
현재 거론되는 정책의 면면을 보면 난감한 부분이 꽤 있다. 수십년을 이른바 ‘입시판’에서 지낸 필자가 보기에, 교육 현장에 적용하기 어렵거나 오히려 지금보다 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요소가 있는 탓이다. 헤집어 놓을수록 학부모와 학생 부담만 느는 것이 대입 제도다. 대선 주자들이 이를 깊이 알고 대입을 언급하는지 의문이다.
대선 주자들이 대입 공약을 꺼내 들지 않아도 이미 교육 현장은 넘치는 개혁안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있다. 전문가발 또는 당국발 대입 제도 정책안이 포화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에는 한국은행과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이 공동으로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에 비례해 대학 신입생을 선발하자는 파격적인 주장을 폈다. 또 올해 초엔 경기도교육청이 ‘미래 대학 입시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2026학년도 중1부터 고교 내신 절대평가,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대상인 2032학년도 수능부터 전 영역 5단계 절대평가와 논·서술형 평가 도입, 인공지능(AI) 기반 채점 시스템 도입, 영어 듣기평가 폐지, 수능 자격시험화, 수시와 정시 통합전형 운영, 수능 100% 전형 축소 등이 제안 내용에 포함됐다.
이달 중순에는 서울대 교수회가 ‘대한민국 교육개혁 제안’을 공개했다. 이 제안도 꽤 과감하다. 지방 거점 국립대와 서울대의 공동학위제 운영, 연 3~4회 수능 시행, 중고교 6년제 통합, 학과 경계가 없는 무전공 선발 확대, 각 대학 자율로 모집단위와 교육체계 설계 등 내용이 담겼다. 5월에는 국가교육위원회의 ‘2027~2036 국가 중장기 교육발전계획’ 발표가 예정돼 있다. 물론 조기 대선 정국에서 원래 일정대로 발표될지는 미지수다. 이미 내신 외부 평가제, 수능 서·논술형 문항 도입, 진로형 수능체제 도입 등 논의 내용이 일부 공개됐다.
교사와 학부모, 학생은 대선 주자 공약은커녕 이와 같은 전문가와 당국발 정책‘안’에 귀 기울일 힘도 없다. 이들은 이미 예고한 정책 또는 시행되고 있는 입시 제도를 따라가기도 버겁다. 공통 수능, 고교학점제, 전공 자율선택제 등이 예고된 ‘2028 대입 개편안’도 교육당국이 안고 있는 큰 과제다. 그것뿐인가. 2027학년도 의대 모집 정원 문제도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다. 여기에 교육과정의 변화, 입시 공정성, 사교육비 경감 문제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새 내용의 발표보다 기존에 예고한 제도의 내실 있는 운영과 보완이 더 절실하다.
누구나 현 대입 정책 문제의 본질이 대학 서열화란 걸 잘 안다. 그 어떤 정책도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대입 현장에 혼란만 가져올 것이다. 그런데 ‘대학 서열화 타파’는 말이 쉽지, 사회 구조와 인식이 통째로 바뀌어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이목을 끌고자 툭 던질 공약이 아니다.
아무리 준비 기간이 짧아도 단편적인 것이 아니라 교육 현장에 대한 면밀한 관찰을 기반으로 한, 통찰력 있는 교육 공약이 나와야 한다. 나열식, 짜깁기식 정책 공약 속에 이득을 보는 건 모든 정부가 그렇게 잡으려고 하는 사교육 업계일 뿐이다. 요즘 입시 전문가들의 속마음을 반어적으로 과장하면 이렇다. “옳지, 입시 제도를 더 복잡하게 바꾸어다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