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평가표에 사내 행사 포함…“업무 연장 같아” 비판
출산휴가 미부여 기업이 인증 유지…사후 관리 미흡 논란도
여성가족부가 ‘가족친화기업’을 인증할 때 사내 가족 운동회, 가족 동반 야유회를 열면 높은 점수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기업이 가족친화인증을 유지하는 사례도 있어 제도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3일 공개한 여가부의 가족친화인증 평가배점표는 기업이 운영할 가족 참여 프로그램 예시로 사내 가족 운동회·야유회, 가족 동반 창립기념 파티 등을 들었다. 대기업·공공기관은 100점 만점 중 70점(중소기업 60점)을 받으면 가족친화인증을 획득하는데, 가족 참여 프로그램은 배점 5점이다. 여가부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하지만 직장인 입장에선 업무의 연장선으로 느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있다.
이 제도는 육아휴직 제도나 유연근무제 등을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과 공공기관에 인증을 부여하는 것으로 2008년 시행됐다. 인증기업은 정부·지자체 사업 선정 시 가점 부여, 대출금리 할인 등 300여가지 혜택을 받는다. 여가부는 인증기업에 대한 국세청의 정기 세무조사 유예 등 유인책을 확대하고 있다. 인증기업은 지난해 12월 기준 대기업 784개, 중소기업 4552개, 공공기관 1166개 등 총 6502개다.
이 제도는 사후관리·감독이 미흡하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인증을 받은 뒤 결격 사유가 발생해도 인증이 유지되는 게 대표적이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2023년 각각 배우자 출산휴가를 제대로 부여하지 않고, 성희롱 예방 교육 의무를 준수하지 않아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을 받았다. 하지만 모두 지난해 인증기업 명단에 포함됐다.
여가부는 최근 2년 이내 근로기준법이나 남녀고용평등법 등 가족친화 관련 법규를 위반했을 때 인증기업에서 배제할 수 있다. 관련 법규를 위반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은 가족친화인증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지난해에는 위원회가 한 차례만 열렸다.
일부 배점 기준은 실질적 유인책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대기업·공공기관은 여성 노동자의 육아휴직 또는 육아기 노동시간 단축 이용률이 50% 이상이면 10점 만점을 받는다. 중소기업은 30%만 넘겨도 만점을 받는다. 그런데 2023년 기준 출생아 모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73.2%이고, 중소기업은 지난해 기준 56.8%가 육아휴직을 쓰고 있다. 소규모 사업체일수록 육아휴직 사용이 저조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유인책으로 작동하려면 배점 기준을 일부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여가부는 올해 가족친화제도 평가 지표를 개선하고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여가부 관계자는 “올해 지표 개선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올해 가족친화인증위원회를 2번 열었고 향후 분기별로 열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08년 사업 시작 이후 지표 개편이 많이 이뤄지지 않았던 만큼 시대상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중소기업에서 일·생활 균형을 확대하려면 육아휴직·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의 배점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