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보수 인사들과 만찬서 언급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보수 성향 인사들과 만나 “(집권하면) 장관은 보수, 진보 가리지 않고 일을 잘하는 분을 모시겠다”고 말한 것으로 23일 전해졌다. 경제 성장을 6·3 대선 핵심 어젠다로 삼고 탈이념·실용주의 노선을 밝혀온 것의 연장선에서 나온 발언으로 해석된다.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은 전날 유튜브를 통해 지난 21일 이 후보와의 비공개 만찬 자리에서 나온 대화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이 후보 측이 현 정국에 대한 보수 인사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먼저 요청한 자리로,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집권할 경우 내각 구성에서 진영을 가리지 않겠다면서 “(현장) 업계 출신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정 전 주필은 밝혔다. 정치 성향보다는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능력을 먼저 고려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의 발언은 지난 1월 ‘흑묘백묘론’(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에서부터 일관되게 이어지는 탈이념과 실용주의의 연장선이다.
‘과거사 덮자’ 발언 논란에…이재명 “이념 문제보다 민생 우선 의미”
그는 지난 10일 출마 선언에서도 “어떤 정책이 누구 생각에서 시작된 것인지는 특별한 의미가 없다”며 “빨간색(국민의힘)이냐, 파란색(민주당)이냐가 아니라 어떤 게 더 유용하고 필요하냐가 최고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 정책 기조를 두고도 이념을 벗어난 실용적 관점을 강조한 대화가 오간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주필은 이 후보가 “친일파, 과거사 문제 모두 덮으려고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 전 주필에 따르면 이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일체 이념이 섞여드는 문제는 아예 미뤄두려 한다”며 “먹고살기도 바쁜데 무슨 이념 타령할 형편도 아니고 우선 먹고살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발언은 집권 시 각종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슈는 굳이 먼저 손대지 않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대일 외교 기조에서는 과거사 문제를 부각하기보다 실용적 방식의 접근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오마이TV 스튜디오에서 열린 대선 경선 TV토론에서 해당 발언에 대해 “이념 문제로 (국민이) 너무 분열돼 있는데 지금은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할 때”라며 “(과거사) 그런 문제들은 가급적 지금 단계에서 빠져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후보 측은 친일 문제 등을 다 덮고 가자는 취지는 아니라고 밝혔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이 후보 발언 의미는) 경제와 민생이 우선인데 되도록 친일·반일 문제로 더 논쟁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것이었다”며 “다 덮고 가자는 얘기는 아니다. 정 전 주필이 과하게 말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민주당의 탈이념성도 강조했다. 이 후보는 “민주당 안에 이제 극좌는 없다고 자신한다”며 “지난 총선에서 대부분의 극좌 세력이 경선 탈락했고, 탈락하지 않은 7명은 공천을 통해 교체했다”고 말했다고 정 전 주필은 전했다. 이 후보는 지난 18일 경선 후보 TV토론에서 “경제도 어렵기 때문에 민주당이 보수의 영역도 책임져야 한다”며 “(민주당은) 중도 보수 정도의 포지션”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