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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여성 서사 풀어내는 데 초점…한국 연극의 세계 진출에도 힘쓸 것”

취임 1년 박정희 국립극단 단장

박정희 국립극단 단장 겸 연출감독이 13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리는 <헤다 가블러> 연습 현장에서 연출 지시를 하고 있다. 국립극단 제공

박정희 국립극단 단장 겸 연출감독이 13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리는 <헤다 가블러> 연습 현장에서 연출 지시를 하고 있다. 국립극단 제공

13년 만에 ‘헤다 가블러’ 다시 연출
날것 느낌 나는 배우들 참여시켜
국립 정체성 맞는 작품 많이 마련

국립극단은 최근 여성, 인간성의 문제를 두루 성찰하는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의 어머니를 주인공으로 한 <그의 어머니>가 이달 관객을 찾았고, 다음달에는 자유를 갈망하는 여성의 이야기 <헤다 가블러>가 국내 초연 13년 만에 다시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지난 21일 서울 중구 국립극단 사무실에서 만난 박정희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67)은 올해 라인업을 설명하며 “중점 사업 중 하나는 여성의 힘, 실존 등 여성 서사를 풀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취임 1년을 맞은 박 단장은 국립극단 역사상 두 번째, 2010년 국립극단이 재단법인으로 출범한 이후로 보면 첫 번째 여성 단장이다.

오랫동안 연극 연출가로서 살아온 박 단장은 지난 1년에 대해 “행정 시스템을 익히는 시간”이었다며 “취임 이후 국립극단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립’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단체라는 뜻이다. 민간 극단이 할 수 없는 퀄리티의 작품, 예술성과 대중성을 확보한 작품을 전달하는 것이 국립극단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올해는 인간의 본질과 존재 양식 등에 집중한 작품을 여럿 배치했다. 다음달 무대에 오르는 <헤다 가블러>도 그중 하나다. 그가 예술감독에 취임한 후 첫 연출작이 될 이 작품은 2012년 국내 초연했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이혜영 배우의 열연으로 크게 화제가 됐다. 박 단장은 당시에도 연출을 맡았으니 13년 만에 동일 작품을 다시 무대에 올리는 것이 됐다. LG아트센터에서 배우 이영애 역시 비슷한 시기 ‘헤다’를 연기한다는 것이 알려지며 <헤다 가블러>는 올 상반기 연극계 최대 화제작이 됐다.

박 단장은 요즘 오전에는 사무실에서 행정 업무를, 오후에는 연습실에서 연출 업무를 한다. 그는 “과거에는 배우의 행동을 위주로 한 표현주의적 접근으로 연출 디렉팅을 했다면, 이번에는 대사에 내재된 의미에 집중하는 사실주의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며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망을 강화시키고, 위트를 더욱 가미하는 등 해석에 변화를 줬다”고 말했다.

헤다를 맡은 이혜영 외에 다른 배우들은 모두 새로 캐스팅했다. 그는 “날것의 느낌이 나는 배우들을 참여시키고 싶었다. 모두들 잘해주고 있는데, 율리아네 테스만 역을 맡은 고수희는 1막을 열어주는 역할이어서 더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오후 2시부터 예매를 시작한 작품은 17일 오전 22회 전 회차 7144석 전량이 매진됐다.

취임 초기부터 강조해 온 연극의 세계 진출에는 지속적으로 역량을 투입할 계획이다. 국제교류 전담 직원을 두고, 공연 개발 초기 단계부터 해외진출을 고려한 공연을 기획했다. 오는 6월 국내 공연할 <십이야>가 대표적이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조선시대 배경으로 옮겨와 각색한 작품은 현재 중국 베이징인민예술극원, 쑤저우 연극제 특별초청작으로 선정되었다.

문화예술계 특히 연극계에 큰 타격을 미친 블랙리스트와 미투 사태 이후 침체돼 있던 조직 문화를 되살리기 위해 창작진과 배우 및 제작진이 평등하게 삼각구도로 존재하는 극단 체계를 강화하고 안전한 창작환경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박 단장은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원죄 의식 같은 것이 직원들에게 있었는데, 이 같은 분위기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세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인 만큼 정부 정책에 동의하는 부분은 있어야 하지만, 연출진의 표현의 자유는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술의 여러 색이 드러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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