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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후 부산 동래구 온천천시민공원에서 시민들이 만개한 벚곷을 구경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족동반 야유회’ 열면 고득점?…여가부의 시대착오적 ‘가족친화기업’배점

입력 2025.04.24 11:07

“시대착오적 배점” 비판 잇따라

고용평등법 어겨도 ‘인증 유지’

사후관리·감독 부실 등 도마에

여성가족부가 인증을 부여하는 ‘가족친화기업’ 제도에서 사내 가족 운동회, 가족 동반 야유회를 열면 높은 배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기업들도 가족친화인증을 유지하고 있어 제도의 사후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일 오후 부산 동래구 온천천시민공원에서 시민들이 만개한 벚곷을 구경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오후 부산 동래구 온천천시민공원에서 시민들이 만개한 벚곷을 구경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여가부의 가족친화인증 평가배점표를 보면, 기업들이 운영해야 하는 가족 참여 프로그램의 예시로 ‘사내 가족 운동회’ ‘가족동반 야유회’ ‘가족 동반 창립기념 파티’ 등이 포함됐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은 100점 만점 중 70점(중소기업 60점)을 받으면 가족친화인증을 획득하는데, 이중 가족 참여 프로그램은 배점 5점을 차지한다. 여가부는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하지만 직장인들은 업무의 연장선으로 느낄 수 있는데 이를 주요 배점으로 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가족친화인증제는 여가부가 육아휴직 제도나 유연근무제 등을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과 공공기관에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로 2008년 시행됐다. 인증 기업들은 정부·지자체 사업 선정 시 가점을 받을 수 있고 은행 대출금리를 할인받을 수 있는 등 300여개 혜택을 받는다. 여가부는 지난 1월부터 인증 기업에 국세청의 정기 세무조사를 유예하는 등 유인책을 확대하고 있다. 인증 기업은 지난해 12월 기준 대기업 784개, 중소기업 4552개, 공공기관 1166개 등 총 6502개로 2023년보다 591개가 늘어났다.

‘가족동반 야유회’ 열면 고득점?…여가부의 시대착오적 ‘가족친화기업’배점 [플랫]

가족친화인증제는 그간 기업에 유인책을 늘린 만큼 사후관리·감독이 잘 안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인증을 받은 뒤 결격 사유가 발생해도 인증을 유지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국민은행은 2023년 배우자 출산 휴가를 제대로 부여하지 않았고, 하나은행은 같은 해 성희롱 예방 교육 의무를 준수하지 않아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을 받았다. 두 기업은 모두 지난해 인증기업 명단에 포함됐다.

여가부는 최근 2년 이내 근로기준법이나 남녀고용평등법 등 가족친화 관련 법규를 위반했을 때 인증기업에서 배제할 수 있다. 관련 법규를 위반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은 가족친화인증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지난해에는 위원회가 한 차례만 열렸다.

일부 배점 기준은 실질적 유인책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배점표상 대기업·공공기관은 여성 노동자의 육아휴직 또는 육아기 노동시간 단축 이용률이 50% 이상이면 10점 만점을 받는다. 중소기업은 30%를 넘기면 만점이다. 2023년 기준 출생아 모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73.2%이고, 중소기업은 지난해 기준 56.8%가 육아휴직을 쓰고 있다. 소규모 사업체일수록 육아휴직 사용이 저조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가족친화인증제가 유인책으로 작동하려면 배점 기준을 일부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여가부는 올해 가족친화제도 평가 지표를 개선하고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여가부 관계자는 “올해 지표 개선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올해 가족친화인증위를 2번 열었고 향후 분기별로 열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08년 사업 시작 이후 본 지표 개편이 많이 이뤄지지 않았던 만큼 시대상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중소기업에서 일·생활 균형을 확대하기 위해선 육아휴직·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의 배점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만 의원은 “여가부는 제도의 실효성보다는 인증기업 수 확대 등 실적 부풀리기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기업의 실질적인 가족친화환경 조성 및 유도를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김송이 기자 songyi@khan.kr · 김원진 기자 onejin@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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