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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속 조용한 영웅들, 산림청을 기억해야 할 때

  • 이종현 한국지속가능발전학회 부회장, AVPN 한국대표부 총괄대표

드러나지 않는 영웅들의 싸움, 산불 대응의 이면을 조명하며

산불이 발생하면 대중의 시선은 일제히 한 방향을 향한다. 불길을 향해 달려드는 소방차, 강하게 물줄기를 쏘아대는 소방대원, 헬기에서 물을 투하하는 장면은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이다. 그러나 정작 그 불길이 시작된 깊은 산 속, 아무도 오르지 못하는 경사로와 절벽 아래에는 카메라에 담기지 않는 또 다른 전장이 존재한다. 바람은 산림청 산불진화대원들의 영역이다.

불길의 옆에서 싸우는 산림청

대형산불은 산 정상부나 능선, 산속 깊숙한 곳까지 번진다. 그리고 그 불은 인근 마을이나 도로, 시설물까지 위협한다. 소방이 보호하는 것은 주로 ‘사람과 건물’이라면, 산림청은 산 속의 불이 산 아래로 향하지 않게 미리 막는 역할을 한다. 산림청은 현재 전국에 공중진화대, 산불재난특수진화대, 산불전문예방진화대와 산불진화헬기 조종사와 정비사 등 약 2천여명을 운영 중이다. 산불진화대원들은 임도가 없는 산악 급경사 지형에서 물통(등짐펌프)을 짊어지고 수 킬로미터를 올라 열기 속에서 수 시간씩 진화 작전을 이어간다.

중요한 점은 이것이다. 산불 가까운 현장에서 진화하는 이들은 소방대원이 아니라, 명확히 ‘산불진화대원’이다. 불길을 막기 위해 투입되는 헬기 역시 ‘소방헬기’가 아닌, ‘산불진화헬기’다. 용어의 차이는 곧 책임 주체와 전략의 차이를 말해주는 것이며, 그만큼 산불 진화의 중추는 산림청이라는 사실이 더 분명해져야 한다.

산림청의 산불진화는 대개 소방이 접근하지 못하는 장소에서 시작된다. 그렇기에 진짜 ‘최전선’은 때로 소방이 아니라 산림청이 지키는 그 깊은 산속 산줄기 위에 있다.

대형 산불의 그림자 속, 보이지 않는 희생

2022년 울진·삼척 산불 당시, 언론에는 소방의 활약상이 많이 보도됐지만, 실제로는 산림청 산불진화헬기 47대가 총 가동되었고, 전국 산불진화대원들이 투입되어 밤낮없이 험지에서 뒷불 감시와 확산 차단 작전을 수행했다.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 435명 중 413명은 공무직이고 22명은 계약직 형태로 재고용되며, 1월의 혹한 속에서도 산악지형 적응훈련과 야외 진화 모의훈련을 반복한다. 이들은 폭설이 내리는 가운데에서도 야간 조명을 켜고 방수복과 무전기를 메고 경사지 훈련 코스를 오르내리며, 실제 화재 상황을 가정한 전술 숙달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들의 이야기는 뉴스에도, SNS에도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2024~2025년 봄, 강원과 경북에서 잇따라 발생한 대형 산불에서 산림청은 산불 통합 관제시스템을 기반으로 헬기 투입 시점과 진화대 동선을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전략적 작전을 선보였다. 특히 이번에는 ‘야간 산불 진화’를 적극적으로 실시하여 일부 지역에서 산불 확산을 새벽 이전에 막는 데 성공했고, 지자체 · 기상청 · 소방청 · 경찰청 · 국방부 등 여러 기관과의 공조 체계도 유기적으로 작동했다. 

산불 대응은 ‘팀 플레이’, 그리고 산림청의 주도적 역할

산불은 이제 단순한 재난이 아닌 기후위기 시대의 복합 재난이다. 불이 번지는 속도와 강도는 과거보다 훨씬 빠르고 강하며, 헬기 · 드론 · CCTV · GIS와 같은 정밀 기술과 금속 기반 장비, 종합 데이터 체계, 그리고 실시간 협업 체계가 필수가 되고 있다.

산림청은 산불예방과 진화를 위한 단순한 진화 인력 제공 기관이 아니라, 산불진화를 위한 현대적 통합 지휘체계의 중추로서 상황을 분석하고, 헬기의 공중진화와 인력의 지상진화 전략을 설계하며, 산불 종료 이후에는 피해지 복구까지 책임지는 유일한 기관이다.

함께 기억해야 할 영웅들

불길 속에서 싸우는 사람은 단지 불길 앞에 있는 사람만이 아니다. 불이 어디로 갈지를 예측하고, 그 길을 막는 사람들 또한 진짜 영웅이다. 우리가 소방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면, 이제는 산림청 산불진화대원들의 무명의 헌신에도 따뜻한 시선을 보내야 할 때다.

그리고 정책적으로도 이들의 헌신이 제대로 된 처우와 안전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정규직 전환, 위험수당, 정신건강 지원, 진화장비 현대화 등은 산불 대응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이다.

기억하자. 불 속에서 싸우는 사람들이 영웅이다. 그러나 불길이 번지지 않도록 그 길을 막아선 사람들, 산림청을, 그리고 그 속의 조용한 영웅들을 함께 기억하자.

이종현 한국지속가능발전학회 부회장, AVPN 한국대표부 총괄대표

이종현 한국지속가능발전학회 부회장, AVPN 한국대표부 총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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