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원 한국은행 경제통계2국장이 24일 서울 남대문로 한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한은 제공
올해 1분기 한국경제가 국내 정치 불안이 장기화되고 내수 부진의 골이 깊어지면서 3개 분기 만에 또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그간 한국경제 버팀목이었던 수출도 뒷걸음질을 쳤다. 지난해 2분기 이후 사실상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 멈춘 것이다.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은 당초 한국은행이 전망한 1.5%보다 크게 낮아질 것이 확실시된다.
한은은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 분기 대비·속보치)이 -0.2%로 집계됐다고 24일 밝혔다. 지난 2월 전망치 0.2%보다 0.4%포인트 낮은 수치다.
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1.3%를 기록한 뒤 2분기 -0.2%로 떨어지고 3분기와 4분기 모두 0.1% 성장에 그친 데 이어 3개 분기 만에 다시 역성장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출이 크게 꺾였던 2022년 4분기(-0.5%) 이후 가장 낮은 분기 성장률이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와 미국 관세정책 예고에 따른 통상환경 불확실성 확대가 소비와 투자 심리 회복을 지연시켰다”며 “고성능 반도체 수요 이연, 일부 건설현장 공사 중단, 대형 산불 등 이례적 요인도 성장 하방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1분기 역성장의 핵심 원인인 내수는 소비·투자 등 모든 부문에서 부진했다. 민간소비는 지난해 12·3 불법 계엄 사태 이후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못해 오락문화·의료 등 서비스 소비 부진으로 0.1% 감소했다. 정부소비도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이 축소돼 0.1% 줄었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도 후퇴했다. 건설투자는 건물건설을 중심으로 3.2%,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를 중심으로 2.1% 뒷걸음질쳤다. 설비투자의 1분기 성장률은 2021년 3분기(-4.9%) 이후 가장 낮았다.
수출도 화학제품, 기계 및 장비 등이 줄어 1.1% 감소했다. 수입은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류 중심으로 2.0% 감소했다. 2분기 미국발 관세 충격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경우 수출 감소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기 대비 0.4%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0.8%)과 건설업(-1.5%) 부진이 두드러졌다.
다음달 29일 수정경제전망을 발표하는 한은은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1.5%)를 큰 폭으로 낮출 가능성이 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2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지난 1월(2.0%)보다 1.0%포인트나 낮춘 1.0%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