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귀연 재판부, 증인신문 등 모두 비공개 진행
“신문 전체를 비공개할 필요 있나” 비판 목소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경향신문 자료사진
“증인 신문 진행하겠습니다. 증인 김봉규도 국가 안전 보장을 위해 신문을 비공개로 진행하겠습니다. 재정 방청인들은 퇴장해 주십시오.”
24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재판정. 12·3 불법 계엄 관련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김용군 전 대령에 대한 5차 공판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재판장이 이렇게 명령하자 열 명 남짓한 취재진과 방청인들이 모두 재판정에서 퇴장했다. 이날은 정보사령부 소속 김봉규 대령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됐는데, 오전 10시에 개정하고 14분 만에 비공개로 전환됐다.
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계엄 관련 내란 전담 재판부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 전직 군 고위직, 조지호 경찰청장 등 전·현직 경찰 고위직 등 세갈래로 나눠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김 전 장관 등에 대한 재판은 지난달 27일 2차 공판기일부터 이날까지 4번 연속 비공개로 전환됐다. 앞서 정성욱 대령 등 정보사령부 소속 관계자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앞두고 검찰이 “업무가 기밀에 해당하고, 부대에서도 국가 안전 보장 위해를 우려하고 있다”며 비공개를 요청해 재판부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절차상 문제가 없게 하려면 비공개 전환이 타당하다”고 본다. “정보사는 국가 기밀을 다루는 기관이기 때문에 증인들 신상정보는 물론 부대 위치나 당시 동선 등 모든 것이 대중에 공개되어선 안 된다”고 설명한다. 지난 10일 열린 3차 공판에서는 증인으로 출석한 정 대령의 변호인까지 퇴정당해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비공개 재판이 이어지면서 공개재판의 원칙은 물론 불법 계엄과 관련한 국민의 알 권리가 크게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내란 관련 재판들에 방청인으로 참여해 모니터링 중인 군인권센터는 “재판부가 계속 비공개로 재판을 진행하며 김용현, 노상원과 관련해서는 모두진술 외에는 공개된 내용이 하나도 없다”며 계속해서 비판 성명을 냈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국방감시팀 팀장은 “불법계엄 당시 정보사 요원들이 동원된 것은 정보사의 고유 업무나 성격, 직제와는 전혀 상관없다”며 “당시 기본 임무에서 벗어나 노상원의 사조직인 수사2단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에 동원돼 불법 계엄에 연루됐다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가 증인에게 어떻게 질문하는지, 피고인 측 편의를 봐주지 않는지 등을 파악하는 건 매우 중요한데 이 과정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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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선임간사는 “만일 국가 기밀 노출 우려가 크다면 증인 얼굴이나 신상정보와 관련된 부분만 제외하고 신문을 진행할 수도 있다. 기밀이 요구되는 증인이 출석하는 것 자체로 신문 전체를 비공개할 필요가 있는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간사는 “김용현(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어떻게 계획했고, 군을 어떻게 움직여서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까지 보냈는지 등 구체적 실체를 파악할 수 있게 하는 핵심 피고인”이라며 “앞으로 국군방첩사령부, 707특수임무단, 합참 등의 증인신문도 이뤄져야 할 텐데, 이것도 모두 비공개로 진행할 것으로 보여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김 전 장관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문을 증거로 신청했다. 김 전 장관 측은 헌재의 결정문은 형사 소송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