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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곁의 교황, 파파 프란치스코

[이갑수의 일생의 일상]우리 곁의 교황, 파파 프란치스코

하루가 마무리되는 저녁 6시경, 붉은 노을에 물든 장엄한 일몰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善終) 소식이 속보로 떴다. 입적, 소천, 환원 등 종교에 따라 죽음을 담아내는 단어가 다 다르지만 천주교의 선종은 주체의 의도가 명확히 드러나는 말이다.

이 세상으로 나오는 것, 사람의 소관이 아니라 해도, 그 생을 살아내고 선생복종(善生福終)의 마무리는 본인의 의지대로라는 뜻이 역력하다.

선종, 거룩한 마침. 교황은 “자기 삶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고 마지막을 더욱 열심히 산 것으로 보인다”고 교황청은 밝혔다.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고, 삶에도 영원한 수직은 없다. 교황의 부음에 옛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에 맞춰 교회의 인가를 받아 책 하나를 기획, 출간했었다. <우리 곁의 교황, 파파 프란치스코>. 바티칸 너머 세계로 전해지는 소탈한 모습과 인상적인 말씀을 편집한 사진집이었다. (저 오래된 책을 이 지면에 언급함을 헤아려 주시길.)

2014년 8월14일. 푸른 하늘 사이로 나타난 교황은 도열한 사람들보다 먼저 한국의 흙하고 인사를 나누었다. 무릎을 꿇고 대지와 입맞춤하였다. 이른바 친구(親口) 의식이다. 교황은 작은 경차를 타고 여러 행사를 소화하는 한편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해 위안부 피해자, 쌍용차 해고노동자, 용산참사 피해자들을 보듬고 위로했다. 그 누구도 덜어주지 못했던 슬픔의 덩어리가 교황의 어깨 위로 기꺼이 얹혔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유가족들이 도보 순례할 때 짊어졌던 나무 십자가를 데리고 한국을 떠났다. 상처 입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했던 교황의 3박4일.

궁리에서 낸 책은 큰 성가를 올리지는 못했다. 그러려고 욕심을 부린 책도 아니었다. 다만 이 책처럼 살 수는 없지만 이 모양과 형식으로 자서전을 내고 싶다는 요청은 몇번쯤 들었다.

교황은 “나의 세속적 삶의 일몰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영원한 삶의 생동감 있는 희망과 함께…”라는 유언에 따라 바티칸 바깥에 묻힌다고 한다. 늘 아래로 가고자 했던 교황은 이제 바닥보다도 더 밑으로 몸을 눕힌다. 흙과 섞이고 지구가 된 프란치스코. 그는 세계이고, 아래가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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