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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노동 있는 대선, 지속 가능한 정책 유산을 꿈꾸며

KBS <개그콘서트>의 ‘아는 노래’는 적지 않은 노동 문제를 다룬다. 명예퇴직 후 1인 자영업의 삶을 다룬 코너는 많은 공감을 주었다. 일터의 감정노동과 괴롭힘 같은 내용도 프로그램에서 오브제처럼 잘 활용됐다. 눈부신 새벽녘의 환경미화원, 경력단절 여성의 잊힌 이름, 순직 소방공무원을 잊지 말자고 한다. 이 모두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정작 여야 정치인들은 무엇을 했나. 340만명의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부터 180만명의 초단시간 그리고 862만명의 플랫폼 노동과 프리랜서 문제는 손 놓고 있었다. 그동안 제도 밖 사각지대 노동자 문제는 항상 자본과 관료의 벽에 막혔다.

곧 대선이다. 12·3 불법계엄과 탄핵, 파면 이후 6월3일이면 차기 정부가 출범한다. 확언할 수는 없지만 21대 대선은 ‘노동 있는 대선’이 되어야 한다. 되짚어보면 지난 20년 동안 시대별 노동 정책은 변화했다. 2002년 16대 대선부터 비정규직 문제와 최저임금 인상은 보수와 진보의 쟁점이었다. 보수정당은 노동시장 유연화와 일자리 창출에, 중도·진보정당은 노동권 보장과 보호 및 규제 강화에 초점을 두었다. 19대 대선 시기 보수정당은 노동시간 규제 완화를, 중도·진보정당은 노동시간 단축을 강조했다. 최근에는 플랫폼 노동이나 프리랜서와 같은 불안정노동자 보호가 핵심이다.

그렇다면 16대부터 20대 대선까지 각 정당의 공약은 어느 수준일까. 대략 보수정당은 1010여개, 중도정당은 1100여개, 진보정당은 740여개를 발표했다. 이 중 보수와 중도정당의 노동 공약은 8.2~11%였고 진보정당은 22.2%였다. 보수정당은 83개(평균 16.6개)였고, 중도정당은 121개(평균 24.2개), 진보정당은 163개(평균 32.6개)였다. 그렇다면 21대 대선에서 각 정당은 어떤 정책을 준비하고 있고, 우리는 어떤 정책을 요구해야 할까. 지난 2월 조사 결과 일하는 시민들은 다음 정부 과제로 고용불안(28.9%), 저임금(16.7%), 일과 삶 불균형(13.7%), 장시간 노동(9.5%),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9.5%) 등을 꼽았다.

아마도 불확실성의 시대에 출범할 차기 정부가 직면하는 도전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1987년 노동체제를 바꿀 기회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국가 비전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특히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질문해야 한다. 또한 산업구조 변화 과정에서 출현한 새로운 노동 형태에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토론해야 한다. 보수정당과 자본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경제적 비효율성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들은 혁신만 강조하면서 노동기본권 보장과 경제성장의 선순환 관계는 왜 침묵하는 것일까.

이제는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받도록 반사회적인 노동을 규제하고 노동이 ‘상품’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2024년 6월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 때 녹색당과 사민당의 공약도 도움이 된다. 최저임금 강화, 디지털 플랫폼 노동 권리와 알고리즘 투명성 확보, 단체교섭과 노동조합 결성, 노동시간 단축과 일·생활 균형, 주 4일제 시범 도입 지원, 청년 고용보장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공동투자 확대 등이 과제로 제시됐다. 인구구조 변화와 기후위기, 디지털·인공지능(AI) 대응 등은 노사정 모두가 사회적 대화로 논의해야 할 의제들이다.

보편적 노동기본권 보장과 사회적 보호를 위한 제도 수립은 시급한 과제다. 무엇보다도 차기 정부에서 놓치지 않아야 할 원칙은 시민권의 확장과 노동의 가치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지속 가능한 정책 유산을 남겨야 한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주요 협약을 표준 규범으로 삼으면 좋겠다. 복합위기 시대 낡은 사회계약을 떨구고 새로운 사회계약을 위해 국회에서 시민의회와 같은 플랫폼 운영도 논의해보자.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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