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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공동화와 재정 위기

지난 수년간 필자는 한국 사회가 조속히 경로를 바꾸지 않으면 한국 경제가 결국 침몰할 것이고, 어떤 시점에 이르면 침몰을 회피할 경로 변경마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1년 이후 한국 제조업의 위기는 현재화되고 있다. 수출 증가율, 무역특화지수, 제조업 성장률·수익률 등 지표를 살펴보면 뚜렷하게 보인다. 이때부터 중국산 저가 상품들이 한국 제품들을 대체하기 시작했으나, 한국 기업들은 고부가가치 상품에서는 여전히 선진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이른바 제조업에서 ‘샌드위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기존 산업에서 고부가가치화 실패와 더불어 새로운 산업이나 성장동력도 출현하지 않고 있다. 2001년 이후 10대 수출 품목을 살펴보면, 여기에 진입한 새로운 상품은 2013년에 ‘평판디스플레이 및 센서’뿐인데, 이마저 이미 중국에 의해 대체되고 있다. 과거 1960년대부터 한국의 경제발전은 노동집약적 상품에서 자본집약적 단순 상품, 자본집약적 숙련노동 상품, 자본집약적 하이테크 산업, 자본집약적 R&D집약적 산업으로 진화하는 제조업의 고도화 과정이었다. 그러나 산업의 진화는 2000년대 이후 단절됐고, 이는 ‘중화학공업-전속적 하청구조’라는 재벌 중심 경제가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중화학공업 중심의 동남권은 제조업 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서울대 시장과정부연구센터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권 주요 산업의 수출 감소 추세가 계속되면 2030년에 동남권의 제조업 부가가치는 2015년 대비 23% 정도 감소하고 지역내총생산(GRDP)은 8.2% 정도 줄어든다. 그러나 이 시뮬레이션에서는 향후 일어날 공장 폐쇄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롯데케미칼 여수 2공장이 가동 중단과 공장 폐쇄 수순에 들어갔고, 포스코는 포항 1제강공장과 1선재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이대로 가면, 동남권은 미국 ‘러스트벨트’의 전철을 밟을 것이고, 인구가 급감하는 지방소멸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제조업 위기는 동남권에만 한정된 것도 아니다. 과감한 분사를 미루면서 삼성전자의 전망도 매우 불투명해지고 있다. 2030년 파운드리 1위 사업자는 고사하고, 2030년까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부문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첨단 제품 경쟁에선 대만의 TSMC에 뒤지고 범용 제품에서는 중국의 SMIC에 잠식되는 ‘샌드위치’ 현상이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에서 나타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에서도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은 2010년대 중반에 기술적 한계에 봉착했고, 삼성전자가 뒤늦게 고대역폭메모리(HBM) 5세대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하게 되더라도, 레드오션이 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하나의 기업으로 축소될 개연성이 높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압박과 탄소중립과 RE100 전환 물결로 그나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반도체, 2차전지, 자동차 산업들은 미국 등 해외에 첨단 공장을 투자함으로써 국내 산업의 공동화를 재촉하고 있다.

제조업이 여전히 국내총생산(GDP)의 28% 정도를 차지하는 우리 실정에서 제조업 위기는 경제성장률의 급락으로 이어질 것이고, 산업 공동화와 경제 위기는 가뜩이나 악화되고 있는 재정적자를 재정 위기로 몰고 갈 것이다.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19년 35.4%에서 2023년 46.9%로 급증했다. 예산정책처의 2024년 중기재정전망은 이 비율이 2033년에는 57.7%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이 추정치는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에 대한 낙관적 전망에 기반한 것이다. 최근 3년간 대규모 재정적자를 기록했고, 올해는 역대급 재정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재정적자의 원인은 예상을 밑도는 경제성장률과 지속된 감세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잃어버린 30년에 들어선 1991년에 GDP 대비 국가채무는 60%였으나, 불과 10년 만인 2001년에 130% 그리고 2021년에는 260%에 육박했다. 그 결과, 2024년 일본 정부의 일반회계 예산에서 이자 지출은 약 9조7000억엔으로 전체 예산의 약 8.4%를 차지하는데, 이는 사회보장 지출 약 7.7%보다 높은 수준이다. 고령화 속도도 더 빠른 한국은 산업 공동화와 경제 침체가 발생할 경우에 ‘조기퇴직-자영업 위기-노인 빈곤’이라는 악순환이 심화하고, 재정 위기와 채무 위기를 맞게 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한국의 경로를 변경할 기회의 창이 급격히 닫히고 있다. 산업 공동화와 재정 위기가 대선 주요 쟁점이 되어야만 한다. 대선 기간에 이에 대한 정책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새 정부는 대한민국의 침몰을 회피할 마지막 기회를 잃고, 역사의 오욕을 짊어지게 될 것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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