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강 조약 효력 중지 등 강경 조치…양국 긴장 고조

23일 인도 카슈미르 파할감 지역에서 시민들이 전날 발생한 관광객 테러에 항의하며 파키스탄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AP연합뉴스
인도·파키스탄 영유권 분쟁지역인 잠무 카슈미르주 파할감 휴양지에서 인도인 25명과 네팔인 1명 등 관광객 26명이 사망하는 테러가 발생하자 양국 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인도는 테러 배후에 파키스탄 정부가 있다고 주장하며 강물 공유를 멈추고 국경을 닫는 등 파키스탄을 압박했다.
비크람 미스리 인도 외교부 차관은 23일 언론브리핑에서 인도 안보내각위원회(CCS) 회의에서 카슈미르 테러 사건과 관련해 다섯 가지 조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도 정부는 1960년 맺은 인더스강 조약 효력을 “파키스탄이 국경 간 테러리즘 지원을 확실하게 철회할 때까지” 중지하기로 했다. 또 양국 간 육상 국경 검문소를 즉시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인이 인도에 입국할 때 발급하는 남아시아 특별 비자를 모두 취소할 방침이며, 이 비자로 인도에 체류 중인 파키스탄인은 48시간 내 출국하도록 명령했다.
인도 정부는 자국 주재 파키스탄 공관의 국방 담당자들을 모두 ‘외교 기피 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해 이들에게 향후 일주일 안에 출국하도록 명령했다. 파키스탄 내 인도 국방 담당 외교관도 철수시키는 등 주파키스탄 인도 대사관 인원을 55명에서 30명으로 줄일 방침이다.
미스리 차관은 “정부는 테러 공격 가해자들을 정의의 심판대에 세우고, 그 배후 세력을 반드시 책임지게 하기로 결의했다”고 말했다.
효력이 중지된 인더스강 조약은 인도가 파키스탄으로 흐르는 인더스강 지류의 흐름을 막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인도가 1960년 체결된 이 조약을 지키지 않으면 전체 수자원 중 약 80%를 인더스강에서 충당하는 파키스탄은 전력 공급이나 농업 등에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인도 정부가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파키스탄 정부도 국가안보위원회를 소집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앞서 테러단체 ‘라슈카르 에 타이바’와 연관된 현지 반군조직 저항전선은 이번 카슈미르 테러의 배후를 자처했다. 인도는 이 단체가 파키스탄 기반 세력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인도 측의 주장을 부인했다. 카와자 아시프 파키스탄 국방장관은 전날 파키스탄 매체 92뉴스채널에 “파키스탄은 이번 테러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인도에 대항하는 여러 주에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것은 자생적이며 사람들은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클 쿠겔만 우드로윌슨 남아시아연구소 소장은 이번 테러가 “2019년에 발생한 양측의 짧은 군사적 충돌 이후 가장 심각한 위험일 수 있다”고 파키스탄 일간지 돈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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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은 잠무 카슈미르 지역을 두고 지난 78년간 분쟁을 벌이고 있다. 분쟁은 1947년 인도와 파키스탄이 영국 식민지배로부터 분리 독립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당시 카슈미르를 다스린 군주 하리 싱은 힌두교도였지만, 이곳 주민 다수는 이슬람교도였다. 싱은 파키스탄계 민병대가 침입하자 카슈미르의 인도 편입을 조건으로 인도 군인을 현지에 파병한다는 문서에 서명했고 그 이후 분쟁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잠무 카슈미르에서는 특히 나렌드라 모디 인도 정권에 대한 반발 여론이 강하다. 모디 정부는 2019년 이곳의 준자치권을 박탈하고 잠무 카슈미르 지역을 인도 연방으로 강제 편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