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비화 쉬운 이웃 분쟁
“경찰 관리 예외적 허용을”
지난 21일 발생한 서울 관악구 봉천동 아파트 방화 사건이 ‘층간소음’ 문제로 시작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경찰 내에서도 “경찰 등 공공이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웃 간 갈등 수준을 넘어 강력사건으로 비화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봉천동 아파트 방화사건 당일 현장에서 사망한 용의자 A씨는 피해자들과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을 겪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가족은 A씨가 지난해 11월 아파트에서 이사를 나가면서 “가만두지 않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그간 층간소음은 ‘사적 다툼’으로 여겨져 경찰 등 공공에서 개입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이로 인한 갈등이 강력사건으로 비화되는 경우가 많았다. 2021년 11월15일에는 인천 남동구 한 빌라에서 층간소음 갈등으로 흉기난동이 일어나 일가족 3명이 중경상을 입기도 했다.
이 때문에 강력범죄 수사와 치안 등을 담당하는 경찰 등 공공이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재영 서울 광진경찰서장은 24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이웃 분쟁이더라도 예외적으로 공공의 관리 영역으로 포함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범죄로 비화할 가능성이 큰 갈등의 경우 경찰을 포함한 공동체·공공이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별적으로는 갈등이 크지 않더라도 사회 전반에서 반복되면 이웃 분쟁이 증폭될 수 있어서 공공이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자는 주장이다.
경찰은 ‘회복적 경찰활동’을 통해 일부 이웃 분쟁을 해결하려 하고 있다. 회복적 경찰활동이란 이웃 간 분쟁이 발생했을 때 가해자를 곧바로 처벌하기보다는 전문가가 주관하는 피해자·가해자 모임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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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서장이 지난 2월 공공갈등관리협회 발족식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층간소음 관련 회복적 경찰활동은 2022년 68건에서, 지난해 40건으로 줄었다. 박 서장은 “층간소음 갈등의 총량에 비해 활용 건수가 적고, 피해 예방 효과도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박 서장은 위험도·공익성을 기준으로 일부 이웃 분쟁도 경찰의 위험 관리 영역에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광진서는 오는 28일부터는 신고를 받아 출동하면 ‘회복적 경찰활동’을 소개할 계획이다. 112 신고가 들어온 초기 단계부터 갈등 해결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갈등을 겪은 양쪽이 참여할 의향이 있으면 동의서를 받도록 한다. 조정 성사 건이 많은 순찰팀에는 포상도 할 계획이다. 박 서장은 “분쟁 초기부터 ‘회복적 경찰활동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알리면 피해자들도 고려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이라며 “층간소음 피해가 누적되기 전 단계에서 개입하는 것을 목표로 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