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상실의 흉터도, 끌어안고 나아가야지](https://img.khan.co.kr/news/2025/04/24/l_2025042501000742700077501.jpg)
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 정영목 옮김
열린책들 | 256쪽 | 1만7800원
지난해 4월 별세한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폴 오스터의 마지막 작품이다. 작가는 투병 중 생의 끝을 예감하면서 책을 써내려갔다고 한다. 폴 오스터의 1주기를 맞아 출간되는 이 장편소설은 상실이 남긴 흉터와 그 흉터를 삶의 일부로 끌어안은 채 나아가는 모습을 섬세하게 그린다.
이 책은 10년 전 사고로 배우자 애나를 잃은 노교수 바움가트너의 이야기다. 파도가 애나를 집어삼킨 뒤 바움가트너의 삶도 상실감에 잡아먹혔다.
그는 “그 자신도 대체로 그를 알아볼 수 없는” 날들을 보내다 “바쁘게 그날들을 흔들흔들 통과”해 간다. 그러던 어느 날, 까맣게 그을린 냄비는 애나에 대한 기억들을 다시 불러온다.
소설은 가난한 문인 지망생으로 애나를 처음 만난 뒤 함께 보낸 40년, 양장점 주인이자 실패한 혁명가였던 아버지에 대한 회상 등 바움가트너의 일생을 톺아본다. 애나가 남긴 원고를 통해 유년 시절의 애나와 프랭키 보일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프랭키 보일은 애나에게 빛나는 사람이자 마음을 약해지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프랭키 보일이 사고로 떠난 뒤의 애나는, 애나의 부재를 거부하거나 받아들이는 바움가트너와 꼭 닮았다. 바움가트너가 들려주는 기억의 파편들은 독자에게 하나의 삶으로 전달된다.
마음의 고통이 몸까지 짓누르는 순간도, 과거에서 벗어나 앞으로 향하는 순간도 모두 삶의 일부임을 바움가트너를 통해 깨닫게 된다. 사랑하는 이의 부재를 온몸으로 느끼면서도 지속해야만 하는 삶에 대해 “그저 삐딱한 마음으로 히죽거리거나 하는 신들이 그에게 그녀 없이 계속 살아가도 좋다는 의아스러운 권리를 부여했기 때문”이라고 표현하는 문장 앞에서 주인공의 이야기에 더욱 빠져든다.
폴 오스터는 <빵 굽는 타자기> <뉴욕 3부작> 등으로 전 세계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4 3 2 1>로 영국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