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저율관세할당 물량·소고기 30개월령 제한 등
관세 협상 카드로 농축산물 시장 활용 가능성
업계·시민단체 등 참여하는 연대모임 발족 추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24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 참석, 스콧 베센트 미국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과 회의시작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기재부 제공
한·미 양국이 첫 통상 협상을 시작하면서 쌀을 비롯한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 개방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농축산업계를 중심으로 업계 생존과 국민 먹거리 안전을 지키기 위한 연대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현지시간) 미국과의 첫 ‘2+2 통상협의’ 뒤 브리핑에서 “미국이 부과한 상호관세와 품목별 관세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우려를 전달했다”며 “쌀과 소고기 수입 확대 관련 내용은 협의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보다 앞서 미국과 협상에 나선 일본이 미국산 쌀 수입 확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에선 쌀을 비롯한 농산물 추가 개방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한국의 30개월 미만 소고기 수입 제한, 유전자변형생물체(LMO) 검역 요건 등이 비관세 장벽이라고 지적해왔다.

한국은 수입 쌀에 513% 고율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다만 저율관세할당(TRQ) 물량 연간 40만8700t에 대해서는 5% 관세를 적용하는데 미국에 할당된 TRQ 물량은 13만2304t(32.4%)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한국의 쌀 관세를 ‘최악의 무역장벽’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산 소고기는 2008년부터 30개월령 미만만 한국으로 수입되고 있다. 지난해 외국산 소고기 전체 수입량은 44만2000t인데 미국산이 절반에 가까운 21만5000t(48.6%)이다.
감자의 경우 지난해 전체 수입량은 4만632t인데 이 중 미국산이 1만6341t(40.2%)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는 가공용을 포함한 전체 수입 물량으로, 국내 연간 감자 생산량(약 60만t)에 비하면 많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농민단체는 한국 정부가 일본처럼 농산물을 미국과의 협상 카드로 쓰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강순중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정책위원장은 “매년 의무 수입해야 하는 수십만t의 쌀을 줄이기 위한 협상에 나서도 모자랄 판에 수입 확대 논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산 농축산물 개방 압박에 맞서 농축산업계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연대체 발족도 추진되고 있다. 강 정책위원장은 “미국산 쌀, 소고기, 감자 등의 농축산물 수입 개방은 농민 생존권과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문제인 만큼 농축산업계뿐 아니라 시민단체와도 연대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상반기 발족을 목표로 연대모임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