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금융기관, 전망치 0.5~1.0%로 낮춰
‘관세 폭탄’ 영향 반영 안 돼…추가 악화 여지
경기 부양 위해 기준금리 1%대로 낮출 수도
올해 1분기 한국 경제가 ‘역성장 쇼크’를 기록하면서 국내외 금융기관이 잇따라 올해 성장률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계속되는 내수 부진과 대외 변수로 인해 올해 경제성장률이 0%대에 머물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시장에선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1%대까지 낮출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유럽계 투자은행(IB) BNP파리바는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0%로 낮췄다. 미국계 투자은행(IB) JP모건도 전망치를 0.7%에서 0.5%까지 낮춰 잡았다.
국내 증권가도 일제히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현대차증권(0.9%), 메리츠증권(0.8%),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0.7%) 등은 한국은행의 1분기 경제성장률 발표 이후 0%대로 전망치를 낮췄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2%, 전년 동기 대비 0.1% 역성장하며 시장의 예상보다 부진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은 올해 1분기를 포함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때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그나마 순수출(수출-수입)은 역성장을 면했지만, 증권가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기본관세, 품목별 관세 등이 적용된 이달 1일~20일 수출이 급락(전년 대비 -5.2%)했다는 점에서 향후 대외 여건도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특히 대미 수출이 14.3% 급감했고 관세의 영향권에 먼저 들어간 자동차와 철강 수출이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해 관세로 인한 악영향이 현실화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무역협상을 통해 상호관세율이 낮아지더라도 보편관세 10%의 영향은 불가피하고 앞으로 예고된 자동차 부품, 반도체 등 품목별 관세, 무역분쟁 장기화에 따른 국내 수출과 생산의 추가 하락 가능성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성장 쇼크’의 여파로 시장에선 한은이 완화적 통화정책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가에선 대체로 5월(2분기)과 8월(3분기) 두 차례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해 연말 기준금리가 연 2.25%일 것으로 예상해왔는데, 4분기인 11월에도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선 일정을 감안하면 2분기 중 공격적인 재정 지출 확대는 쉽지 않다”며 “추경을 감안하더라도 올해 한국 금리인하 횟수 전망을 기존 2회에서 11월을 포함한 3회로 조정한다”고 말했다.
경기 부진이 가속화될 경우 연말 기준금리가 1%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분기 수출 충격이 예상보다 심화한다면, 5월과 7월 연쇄 금리인하 및 2% 이하의 기준금리 현실화 가능성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는 관세에 따른 수출정체와 내수부진을 고려해 한은이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연 1.75%까지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