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미래전략실장
춘분이 지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최근까지도 봄이 왔다는 기분은 잘 들지 않았다. 쌀쌀한 기운이 좀처럼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달 중순에는 기온이 하루 사이 15도 넘게 급락하며 영하의 체감온도와 함께 눈꽃으로 바뀐 벚꽃을 구경한 지역도 있었다고 한다.
1907년 한국에서 기상 기록이 시작된 후 이렇게 4월 중순에 적설이 기록된 것은 처음이다. 환절기에는 날씨가 변덕스럽다지만, 해가 지나갈수록 불확실성의 정도가 심해지는 것 같다.
불확실성은 비단 최근 날씨에만 있지는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실시간 생성되는 뉴스 기사 기반 텍스트 데이터를 분석해 산출하는 ‘경제 불확실성 지수’는 집계가 시작된 2013년 이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올해 1~3월 수치는 2019년 8월 일본 수출규제 때 수준을 넘었다고 한다. 그 중심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관세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과학적 관점에서 통계학의 ‘분산’, 즉 데이터들이 얼마나 퍼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값으로 표현할 수 있다. 즉, 불확실성이 높다는 것은 분산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러한 변동성을 줄이는 것은 품질경영이나 위기관리 측면에서 중요한 목표다. 경제든 환경이든 시스템 내 변수들로 야기될 수 있는 변동성을 줄이고 대응 및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높여야 생존·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에너지와 전력 산업에 나타난 변동성은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변동성을 높이는 데에는 몇 년째 이슈가 되고 있는 재생에너지 전원의 간헐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험, 국제적인 기후변화, 그리고 전력 수요 변화가 한몫을 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확산·적용과 함께 늘어나고 있는 데이터센터, 수송이나 건물 관리 등 다양한 산업 부문에서 나타나고 있는 전기화(electrification) 현상 등이 바로 그것이다.
구글과 아마존, 오픈AI 등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이 많은 미국에서는 이러한 전력수요 급증으로 기존 전력망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전력공급 부족을 대비하고 타개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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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최근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국 전기전자공학회 전력 에너지소사이어티(IEEE PES)’ 주관의 포럼에는 엔지니어, 정책 입안자뿐만 아니라 주요 IT 기업 관계자들이 다수 참여해 전력수급 위기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자리에서는 전력의 안정적인 공급과 효율적인 활용 방안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변동성 관리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각 주체의 기술 개발·활용뿐만 아니라 공동으로 위기에 대응하고 위험을 관리하는 방안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이 자리의 핵심 목표였다.
한국도 에너지 산업에서 나타날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동성 관리 능력 강화야말로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필수 요소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