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T, 무인기 띄워 벼락 흡수
야외 행사장 등에서 활용 기대

일본 NTT가 공개한 벼락 흡수용 무인기. 하늘을 비행하며 벼락을 빨아들인다. NTT 제공
일본에서 세계 최초로 무인기를 이용해 벼락 피해를 예방하는 기술이 등장했다. 벼락을 만들 것 같은 구름이 접근하면 ‘이동형 피뢰침’ 역할을 하는 무인기를 즉시 하늘에 띄워 지상의 인명과 시설물을 보호하는 것이다. 탑 모양의 고정형 피뢰침을 일일이 설치하기 곤란한 야외 행사장 등에서 요긴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일본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현지 통신기업 NTT는 무인기를 하늘에 띄워 벼락을 안전하게 흡수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무인기로 벼락 피해를 막는 기술이 등장한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다.
NTT는 지난해 12월, 일본 시마네현에서 뇌운이 접근하는 하늘에 벼락을 흡수하는 장치를 갖춘 무인기를 이륙시켰다. NTT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해당 무인기는 프로펠러 총 4개를 장착했고, 성인이 두 팔로 감싸안을 수 있을 정도의 아담한 덩치를 지녔다.
NTT는 이 무인기를 고도 300m까지 상승시킨 뒤 지상으로 내리치는 벼락이 땅에 닿기 전에 빨아들이는 성능을 확인했다. 흡수된 전기 에너지는 무인기 동체에서 지면까지 길게 늘어뜨린 전선을 통해 지상으로 안전하게 내려간 뒤 소멸했다.
벼락은 한 번에 10억J(줄), 즉 전기 승용차 약 6대를 한꺼번에 충전시킬 수 있을 정도의 막대한 전기 에너지를 방출한다. 매년 지구에서는 약 26만명이 벼락에 맞는데, 이 같은 엄청난 전기 에너지 때문에 사망하거나 다칠 수밖에 없다.
NTT는 벼락이 칠 만한 하늘에 피뢰침 기능을 하는 무인기를 선제적으로 띄워 전기 에너지를 안전하게 소멸시키는 방법을 고안한 것이다.
NTT는 “벼락을 맞은 무인기가 일부 손상되기는 했지만 비행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동체 바깥에 일종의 금속제 갑옷을 입혀 벼락이 내부 전자장치를 손상시키지 않도록 막았다. 무인기가 벼락을 맞고도 치명적인 손상을 입지 않는다는 것은 일회용이 아닌 다회용이라는 뜻이다. 이러면 생산·운영 비용이 절감된다.
이 무인기는 탑처럼 생긴 고정형 피뢰침을 갑자기 설치하기 곤란한 공간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NTT는 기대했다. 야외 행사장에 벼락이 칠 조짐이 나타날 때 신속히 이륙시켜 사람과 시설물을 지킬 수 있다.
NTT는 “이번 기술의 우선 목적은 지상에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는 벼락에서 나오는 전기 에너지를 특정 장소에 축적해 활용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