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16일 서울의 한 식당가에 대출 광고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말 자영업자들이 평균 소득의 3배가 넘는 빚을 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소득 자영업자의 대출금은 줄어드는 추세였으나 저소득 자영업자의 대출액은 늘었다. 저소득 자영업자들이 내수 부진의 직격탄을 맞아 빚에 의존해 근근이 버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27일 공개한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LTI)은 344.5%로 집계됐다. 자영업자가 연 소득의 3.4배 넘는 빚을 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같은 시점 비자영업자의 LTI(220%)보다 높다.
자영업자의 LTI는 2022년 4분기 말 350.0%로 고점을 찍은 뒤 7분기 연속 조금씩 줄어 지난해 3분기 말 344.4%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지난해 4분기에 2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내수 부진으로 자영업자 소득보다 대출이 더 많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4분기 말 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자영업자는 311만5000명이었으며 이들의 대출 잔액은 총 1064조2000억원이었다. 돈을 빌린 자영업자는 1년 전보다 1만6000명 줄었으나 대출 잔액은 11조원 늘었다.
소득 분위별로 보면, 고소득(상위 30%)·중소득(30~70%)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은 줄었지만 저소득(하위 30%) 자영업자의 대출잔액은 늘었다. 고소득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해 3분기 말 737조원에서 4분기 말 736조8000억원으로, 중소득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94조3000억원에서 192조2000억원으로 각각 줄었다. 반면 저소득 자영업자 대출 잔액 133조1000억원에서 135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소득이 낮은 자영업자일수록 대출에 의존해 경기 침체를 버티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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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대출의 질도 악화했다. 자영업자가 대부업 등 비은행권 대출에 의존하는 경우도 늘었다. 자영업자의 은행권 대출 잔액은 지난해 3분기 말 641조9000억원에서 4분기 말 640조7000억원으로 줄었지만, 대부업을 포함한 비은행권 대출 잔액은 422조5000억원에서 423조6000억원으로 늘었다.
차 의원은 “추가경정예산안에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예산이 포함됐지만, 시점이 늦었고 규모도 턱없이 부족하다”며 “정부가 자영업자를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