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 가운데)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한미 2+2 통상협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고위급 통상 협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매머드급 사업인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취임 100일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전쟁의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관세 협상의 주요 카드로 활용해 한국을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통상 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 협의’에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관세 협상의 핵심 의제로 부상했다. 한국 정부 측은 무역 균형을 위한 에너지 구매 확대 노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알래스카 LNG 도입에 관심을 두고 있다면서 실사단을 파견하는 등 사업성을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알래스카 북단 프루도베이의 가스전에서 채굴한 천연가스를 1300㎞에 이르는 수송관으로 운송해 액화한 뒤 수출하는 사업이다. 초기 사업비만 약 450억달러(64조원)로 추산된다. 공사 여건이 까다로워 미국 에너지 기업들이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철수한 바 있다.
그동안 미국은 LNG 주요 수요국인 한국, 일본, 대만 등에 관세 협상 카드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를 노골적으로 압박해왔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8일 “그들이 확실한 제안서를 갖고 협상 테이블에 오면 좋은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은 국영 석유기업인 대만중유공사(CPC)가 지난달 미국 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공사(AGDC)와 LNG 구매·투자의향서를 체결한 바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백악관의 ‘에너지 지배 위원회’가 한국, 일본 등에 수주 내 알래스카 LNG 구매 계획을 밝힐 것을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너지 지배 위원회는 오는 6월2일 알래스카에서 개최하는 고위급 회담에 한국과 일본 등 주요국 통상 관계자들을 초청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한국, 일본 등이 힘을 합쳐 사업의 경제성, 리스크 등에 공동 대응하는 방안도 부상하고 있다. 교도통신은 이날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 정부가 지난 24일 미국과 협의에서 알래스카 LNG 개발은 경제성 파악이 우선이라는 뜻을 전달하고서 ‘일본, 대만, 베트남 등 주요 수요국과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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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한·미 2+2 통상 협의 후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사업성을 믿고 들어갔다가 맞지 않으면 국가적으로 큰 문제 될 수 있다”며 “모든 고려사항을 면밀하게 파악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음 달 15일 제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에 참석하는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USTR)는 협의 결과물에 대한 확답을 요구하며 본격적인 압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 통상 전문가는 “불확실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가 관세보다 더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며 “경제성이나 에너지 안보, 국내 대선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