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 광장에서 27일 민주노총 주최로 ‘우리 힘으로 이주노동자의 새로운 세상! 2025 세계노동절 -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준헌 기자
다음 달 1일 노동절(근로자의 날)을 앞두고 이주노동자들이 ‘고용허가제’ 등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를 촉구하며 27일 집회를 열었다. 올해는 이주노동자 99명이 노조 설립을 위해 신고서를 제출한 지 20년째, 이주노동자 노조가 합법화된 지 10년째 되는 해이다.
민주노총·이주노조 등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인근에서 ‘2025 세계노동절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를 열었다. 노동자·시민 등 200여명이 ‘강제노동 철폐’ ‘위험의 이주화 중단’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모여들었다. 이들은 사망한 이주노동자들을 추모하며 묵념하고는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We are not machine)” “인간다운 삶을 쟁취하자(Free job change)”라고 외쳤다.
이들은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기본적인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킨메이타 수원 이주민센터 대표는 “한 이주 노동자는 단속을 피해 기계 설비에 숨었다가 발목이 끼어 절단됐고, 다른 이주노동자는 단속에 쫓기다 다쳐 아이를 유산하기도 했다”며 “대한민국의 경제와 사회를 지탱하는 동료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차별을 방관하지 말라”고 했다.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 광장에서 27일 민주노총 주최로 ‘우리 힘으로 이주노동자의 새로운 세상! 2025 세계노동절 -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준헌 기자
정부의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들을 열악한 노동환경에 내몬다는 비판도 나왔다. 우다야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박탈당했기 때문에 사장에게 폭행을 당하고도 사업장을 떠나지 못하고, 다치고 아파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며 “한국은 국제노동기구(ILO) 강제노동 금지협약을 비준한 나라인데도 이주노동자에게는 강제적인 노동법이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내국인 노동자·시민도 이주노동자들에 연대했다. ‘홈플러스’ ‘마트노조’ 등이 적힌 조끼를 입은 노동자들, ‘꾸짖을 갈’ 깃발을 든 시민 등도 이날 집회에 함께 했다. 대학원생 오주연씨(24)는 “윤(석열)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많이 들여오기만 하고 열악한 현실은 방치했다”며 “최근 건대입구역 부근 양꼬치 골목에서 ‘자유대학’ 학생들이 난동을 부린 사례처럼 이주노동자 혐오도 점점 심해지고 있어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상섭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무대에 올라 “이주노동자 없이는 한국의 제조업·돌봄·서비스업이 돌아가지 않는데도 죽음을 부르는 강제단속과 ‘위험의 이주화’는 계속되고 있다”며 “이주노동자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에도 ‘계엄 상태’에 놓여있다”고 했다.
이들은 모든 이주노동자 사업장변경 자유 보장, 최저임금 차등 적용 반대, 미등록 이주민 강제 단속추방 중단, 여성 이주노동자 성차별·성폭력 근절 등 ‘10대 대선 요구안’을 선포하며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