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6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제2차 경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후보들이 토론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안철수·한동훈·김문수·홍준표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이 27일 6·3 조기 대선 후보 2차 경선 투표에 돌입했다. 이틀간의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면 29일 당 후보로 확정된다. 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 후보(가나다순)는 2차 경선 투표를 앞두고 일제히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후보 단일화를 다짐했다. 전통의 보수정당 대선 후보가 되겠다면서 당 경선은 제쳐두고 이처럼 ‘한 대행 불러내기’에 급급하니 한심하고 딱하다. 윤석열의 내란 사태로 초래된 불리한 대선구도를 온갖 선거공학으로 뒤집어보려는 속내일테지만, 민심이 용납치 않을 것이다.
국민의힘 김 후보는 27일 “신속하고 공정한 단일화”를, 홍 후보는 “한 대행과 원샷 국민경선”을, 안 후보도 “(한 대행과) 경선을 통해 최종 후보를 뽑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 후보도 지난 24일 “본선 승리를 위해 모든 사람과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안·한·홍 후보는 앞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는데, 왜 태도를 바꿨는지 설명이 없다. 국민의힘이 원칙 없이 단일화에 목을 매니 가타부타 없이 연일 대선 행보를 이어가는 한 대행의 기회주의적 행태가 정당화되는 것이다. 한 대행은 29일 국민의힘 후보 확정 상황 등을 본 뒤 이르면 30일쯤 사퇴할 것이라고 한다.
국민의힘 후보들의 태도 변화는 경선에서 보수 지지층 내 ‘한덕수 표심’에 구애하려는 의도가 클 것이다. 한 대행 지지율 역시 고만고만해 충분히 단일화 승부를 해볼 만하다는 계산도 섰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선거공학이 당 경선을 예선으로 격하시키고 본인을 ‘무능 후보’로 깎아내리는 것임을 모르는가.
2차 경선 토론 자체도 자질과 정책, 비전은 실종되고 “깐족댄다” “코박홍(코 박고 아부)” 등 후보들 간 깎아내리기 경쟁으로 전개되면서 유권자를 실망시켰다. 윤석열 세력과의 절연을 통해 ‘탄핵의 강’을 건너기는커녕 찬탄·반탄 구도는 심화했다. 이러니 경선이 진행될수록 당 지지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선은 후보들의 미래 비전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큰 영향을 미친다. 국민의힘은 계엄에 대한 철저한 성찰과 사죄의 토대 위에서 당 쇄신과 보수 혁신의 비전을 내놓을 때만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이제서야 “권력에 줄 서는 정치가 계엄과 같은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24일 대선 정강·정책 연설)는 참회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대선용 퍼포먼스’에 그쳐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