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 민주사회장

‘양심수의 대부’로 불리던 권오헌 사단법인 정의·평화·인권을 위한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이 지난 25일 별세했다. 향년 88세.
고인은 지난 25일 낮 12시9분 지병으로 별세했다. 고인은 2017년 폐암 4기 진단을 받고 투병해왔다.
고인은 평생 민주화 운동과 통일 운동에 헌신했다. 1937년 충남 홍성에서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않은 그는 여기저기서 책을 구해 공부했다. 고향에서 신용협동조합 설립과 야학 등 농촌사회 운동을 펼쳤다.
1964년 서울로 와 한일회담 반대운동에 참여했다. 1968년에는 혁신정당인 통일사회당에 가입해 당원 교육을 담당하는 문화국장까지 지냈다. 유신 말기인 1979년에는 박정희 정권이 간첩단으로 조작한 ‘남조선 민족해방전선 준비위원회’(남민전) 사건에 연루돼 3년4개월 옥고를 치렀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월7일 남민전 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확정했다. 법원은 “1979년의 적법한 활동에 대해 폭행 등을 통해 불법적으로 판결한 것을 오늘에 이르러서야 무죄를 선고하게 됐다. 사법부를 대신해 사과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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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1989년 출범한 양심수후원회를 1991년부터 30년 가까이 이끌었다. 양심수 석방 운동과 체계적 후원을 목표로 하는 대중조직 성격의 단체다. 이 단체 초대 회장은 고 문익환 목사다. 고인은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금속노조는 ‘권오헌 선생님이 걸은 민주와 인권의 길, 노동자가 따르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추모 성명을 냈다. 금속노조는 “오랜 시간 선생님은 투쟁하는 노동자와 통일 운동가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양심수의 대부’로 사셨다. 모난 세상이었지만 선생님의 삶과 투쟁은 한없이 올곧은 길이었다”고 했다. 고인이 지난 2월 법원의 남민전 무죄 선고와 사과를 두고 고인이 “진정한 사과는 ‘국가보안법 폐지’여야 한다”고 말한 일도 추모 성명에 적었다. 장례는 민주사회장으로 치러진다. 추도식은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27일 오후 5시 열렸다. 발인은 28일 오전 8시30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