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측 “매우 부적절···지금 후보는 페이스 메이커인가”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와 회동이 예정된 정대철 헌정회장에게 “(단일화와 관련해) 좋은 얘기를 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일부 국민의힘 경선 후보 측은 “지금 후보는 페이스 메이커에 불과한가”라며 권 비대위원장의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반발했다. 권 위원장은 한 권한대행을 특정한 것은 아니라며 ‘누가 구 여권을 대표하는 후보가 되든 구 야권 인사들도 단일화에 도움을 달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권 위원장과의 통화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날 찾아온다고 그러니까 정치하겠다는 뜻으로 보고 (권 위원장이) ‘좋은 얘기해주세요’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관심을 표명한 정도”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권 위원장도 한 권한대행이 출마할 것으로 보고 있느냐’고 묻자 “지금 날 찾아오겠다는 게 무슨 다른 뜻이 있겠나”라며 “거의 뭐 99% 정치한다고 본다. 대행으로만 있겠다면 (정치 원로를 찾지 않고) 혼자 있으면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국민의힘은 단일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은 “노무현·정몽준식으로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하는 그런 과정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에서 결정된 사람과 한덕수 대행이 단일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낙연 (전) 총리도 (한 권한대행에게) 대단히 관심이 많아서 도울 가능성이 꽤 있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대철 헌정회장이 2023년 7월17일 국회에서 열린 제75주년 제헌절 경축식에 기념사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국민의힘 경선 후보 측에서는 반발이 나왔다. 자당 후보들의 2차 경선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지도부가 찬물을 끼얹는다는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이날 충남 아산시 현충사에서 국방공약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권 위원장 발언은) 적절하지 않다”며 “국민의힘 경선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자꾸 그런(단일화) 얘기하는 것이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건 패배주의 아닌가”라고 말했다. 홍준표 후보 캠프 비서실장인 김대식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만약 보도가 사실이라면 매우 부적절하다”며 “지금 4명의 후보는 그럼 뭔가. 페이스 메이커인가”라고 지적했다.
권 위원장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며 “우리 후보든, 나중에 한 권한대행이 나와서 단일화를 하든 야권 쪽에 있는 분들도 우리 쪽 후보를 중심으로 단일화를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일반적인 얘기를 (정 회장에게) 한 것”이라며 “한 권한대행도 결심하는 데 가까워졌다니까 (어떤 후보든) 다 도와달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자신이 한 권한대행을 거론한 것에 대해 “출마를 확인한 건 아니다”라며 “경쟁력 있는 사람들이 있으면 좋으니까 그(한 권한대행) 얘기도 하길래 다 도울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이 반발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우리 후보 입장에서도 경선만 이기려고 그러는 건 아니지 않나”라며 “예를 들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도 우리 쪽으로 단일화하면 좋을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국정 책임자인 한 권한대행의 출마 적절성 문제에 대해서는 “그런 걸 감안해서 본인이 결정할 문제”라며 “후보로 나왔을 때는 우리 쪽 틀에서 단일화하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단일화에 대해 다양한 방식을 열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