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과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압박하면서도 우크라이나가 크름반도를 포기해야 한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크름반도가 종전 협상의 중대 변수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저지에서 워싱턴으로 출발하기 전 취재진에게 “나는 그(푸틴)가 공격을 멈추고 협정에 서명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교황 장례미사 참석차 방문한 바티칸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15분간 독대한 후에도 “그(푸틴)는 전쟁을 중단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며 대러 2차 제재 가능성 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바티칸 회동에 대해 “그 만남은 잘 진행됐다” “그것은 멋지고 아름다운 회의였다”라고 평가하면서 “그(젤렌스키)는 자신의 나라를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싶어 하며, 훌륭하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젤렌스키 대통령이 추가 무기 지원을 요청했다면서 “그는 3년째 계속해서 무기가 더 필요하다고 하고 있다. 나는 (종전 협상에서) 러시아와 관련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크름반도를 포기할 준비가 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병합할 때 미국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었다면서,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왜 크름반도를 포기했는지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제시한 종전 협상안에 ‘크름반도는 물론 러시아가 현재 점령한 영토도 러시아 영토로 인정한다’ 등 러시아에 유리한 내용을 포함하고 우크라이나에 이를 수용하라고 압박해왔다.
크름반도는 러시아가 2014년 3월 병합해 실효 지배하는 곳으로, 국제사회는 이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헌법에서 크름반도를 자국 영토로 규정하고, 현재 국경 내 영토는 분할되거나 침범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이날 보도된 미 CBS ‘페이스 더 네이션’ 인터뷰에서 “협상은 계속되고 있으며, 협상이 끝날 때까지 그럴 것이다. 우리는 그것이 무엇에 대한 것인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4일 SNS에 “푸틴 (공격을) 멈춰!”라고 쓴 후에도 러시아가 민간인 지역 공습을 이어간 것에 대해서는 “우리는 의도적으로 민간시설을 공격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중재하는 러·우 종전 협상이 시작된 후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공습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간밤 러시아가 발사한 무인기(드론) 149대 중 57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도네츠크의 한 소도시에선 폭탄이 민간인 주거지에 떨어져 40대 부부와 78세 노인이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