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플라스틱 병입 생수들의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생수라고 불리는 ‘먹는샘물’이 판매된 지 올해로 30년이 됐다고 합니다. 1995년 ‘먹는물관리법’ 시행 이후 본격적으로 유통이 시작됐는데요. 수돗물보다 깨끗할 것이라는 막연한 인식 때문에 생수를 사 먹는 분들도 많죠. 좋은 물을 마시려고 일부러 사서 마신 생수, 과연 안전할까요? 그렇다고 보기 힘듭니다.
2019년부터 2024년 7월 사이 생수 수질 기준 위반 현황을 보면 원수의 수질 기준 부적합이 30건, 시중 유통된 제품의 수질 기준 부적합이 10건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어요. 적발된 업체들 가운데는 소비자들이 소매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생수 업체들도 여럿 있었다고 해요.
수질 기준을 위반한 항목은 일반 세균이 18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총대장균군이 12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알루미늄과 중금속인 크롬의 기준 위반, 탁도 위반은 각각 1건씩이었어요. 방사성물질인 우라늄이 기준치를 초과한 경우도 1건 있었습니다.
생수는 투명한 플라스틱병에 담겨 판매되죠. 플라스틱병 용기에서 나오는 미세플라스틱 문제도 심각했습니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이 2022~2023년 사이 국내 생수 제품을 분석한 결과, 1ℓ당 지름 20㎛(마이크로미터) 이상인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이 평균 1.32개 검출됐습니다. 검출률은 88.1%에 달했습니다. 생수 10병 중 거의 9병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나온다는 겁니다.
제조업체가 수질기준을 모두 맞춰도 투명한 플라스틱병을 용기로 쓰는 탓에 유통 과정에서 변질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요. 국립환경과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생수병을 보관하는 장소의 온도가 높아질수록 생수의 유해 물질 농도도 증가했습니다. 페트병에 정제수를 넣고 생수의 평균 유통기한인 180일간 25도와 45도에 나눠 각각 보관한 결과, 45도에서 보관한 물이 25도에 보관된 물에 비해 발암물질 농도가 높게 측정됐다고 합니다. 고온의 환경에서 자외선에 노출된 상태로 페트병을 보관하면 아세트알데하이드 평균 농도가 최대 1.6배 높아진다고 해요.
문제는 생수 업체가 수질 기준을 위반해도 소비자들한테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환경부는 생수와 관련해 행정처분을 한 경우 홈페이지의 ‘먹는 물 영업자 위반 현황’을 통해 공개하는데 경고 처분은 1개월, 영업정지 처분은 3개월 동안만 게시하고 있어요. 회수·폐기한 경우도 회수·폐기 조치 종료일까지만 공개되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30년 만에 생수에 대한 관리 규정을 손본다고 해요. 식품제조업체에 적용되는 식품 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과 비슷한 ‘먹는샘물 안전 인증제’를 도입해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입니다. ‘가급적 차고 어두운 곳에 위생적으로 보관해야 한다’는 규정이 전부였던 생수 보관 기준도 보다 구체화합니다.
하지만 미세플라스틱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어요. 미세플라스틱 관련 과학자들의 연구가 길어야 20년인 탓에 표준화된 측정법이 없기 때문인데요. 미세플라스틱이 신체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연구도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생수의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3조1700억원이 넘을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국민 3명 중 1명꼴(34%)로 먹는 만큼 생수에 대한 국가의 관리 체계는 더욱더 촘촘하고 엄격해야겠죠. 특히 미세플라스틱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종이나 스테인리스 용기 같이 미세플라스틱 발생 가능성이 적은 대체 용기를 연구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대안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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