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이 가입자 유심 정보를 해킹당해 무상 교체를 시작한 28일 서울 종로구의 한 SKT 매장에서 시민들이 줄 서서 대기하고 있다. 2025.4.28 한수빈 기자
일부 보험사와 캐피털사가 유심(USIM) 정보 유출 사고를 겪은 SK텔레콤의 본인인증 서비스를 중단했다. 은행들은 휴대전화 인증 이외에 얼굴 인증 등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했다. 혹시 모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선제 조치에 나선 것이다.
KB캐피탈은 28일 홈페이지를 통해 “안전한 KB캐피털 홈페이지 이용을 위해 기존에 제공된 휴대전화 인증을 통한 로그인은 당분간 사용 불가하다”고 공지했다. NH농협생명과 KB라이프도 SK텔레콤과 SK텔레콤 알뜰폰 사용자의 휴대폰 인증 서비스를 중단했다.
한 캐피털사 관계자는 “로그인이 되더라도 신분증 인증과 1원 송금인증, 전자서명 등의 추가 본인확인 절차가 마련돼 있어 유출된 정보만으로 금융거래가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고객들의 우려가 큰 상황이라 선제 대응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KB국민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 우리카드 등도 홈페이지에 ‘SK텔레콤 휴대폰 이용자 피해 예방 수칙’을 일제히 공지하며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과 유심 교체를 권고했다.
다만 은행과 카드사는 SKT 인증 서비스 전면 중단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자체 인증서를 통한 이중 인증 체계를 갖춘 만큼, 복제폰이 등장하더라도 금융자산이 바로 침해되기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이상거래 탐지시스템(FDS)을 대폭 강화했다. KB국민은행은 SK텔레콤 고객이 인증서를 발급받을 때, 하나은행은 비대면 계좌 개설 시 얼굴 인증 절차를 추가했다. 신한은행도 기존과 다른 기기에서 전자금융거래가 시도될 경우 ARS인증 대신 얼굴 인증을 적용하도록 절차를 강화했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지난 24일 금융사 전체에 ‘이동통신사 유심 해킹사고 관련 유의사항’을 배포하고 “향후 금융서비스 중 휴대전화 본인인증, 문자메시지 인증만으로 인증이 완료되는 경우에는 추가 인증수단을 고려하라”고 당부한 데 따른 조치다.
소비자들의 보안 서비스 문의도 급증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유출사태 이후 신용대출 등 신규 여신 거래를 실시간 차단하는 ‘여신 안심거래 서비스’와 수시입출식 계좌가 신규 개설되지 않도록 하는 ‘계좌거래 제한 서비스’ 문의 및 가입이 폭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