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실련 관계자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윤석열 정부 임기 중 서울 아파트 시세를 분석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주요 대단지 평당 가격이 평균 1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3구 이외의 서울 22개 자치구는 7% 떨어졌다. 이에 연 4200만원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강남의 30평 아파트를 사려면 74년간 꼬박 모아야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강남 쏠림’ 현상을 가속화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은 28일 ‘윤석열 정부 임기 중 서울 아파트 시세 분석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강남 3구만 큰 폭으로 아파트 가격이 대폭 상승했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서울의 자치구별 1000가구 규모의 대단지 4곳씩 선정, KB 부동산 시세 자료를 바탕으로 30평형의 아파트를 가정해 평균 평당 가격에 30을 곱하는 식으로 가격을 산출해 상승률을 분석했다. 시점은 2022년 5월과 올해 4월을 비교했다.

분석결과,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의 아파트 가격이 2022년 5월 26억2000만원에서 이달 30억9000만원으로 약 18% 상승했다.
윤 전 대통령 임기 동안 평균 매매가가 오른 23개 단지는 대부분 강남3구에 위치했거나 재건축 추진 중인 ‘한강벨트’의 아파트였다. 특히 강남구의 압구정신현대 아파트는 상승률이 57%에 달했다. 같은 구의 은마아파트도 평당 가격이 28% 상승했다. 서초구 래미안퍼스티지 21%, 송파구 헬리오시티 14% 등 강남3구 아파트의 오름세가 독보적으로 가팔랐다.
반면, 서울지역 비강남권 22개 자치구의 아파트는 11억6000만원에서 10억7000만원으로 약 7% 하락했다. 이 기간 아파트값이 두자릿수 하락폭(-10%~-25%)을 기록한 46개 아파트 단지 모두 강북권이었다.
분류 기준은 다르지만 KB부동산 시세로 비교하면 강남과 서울 전체, 전국 평균 격차가 벌어진다. 이 기간 서울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는 2% 하락했으며, 비수도권 5개 광역시(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 아파트 매매가는 평균 13% 떨어졌다.
경실련은 또한 통계청의 노동자 평균임금(연 4200만원)을 받는 노동자가 강남의 30평 아파트를 사려면 74년간 한푼도 쓰지 않고 꼬박 모아야 한다고 계산했다. 3년전에는 69년이 걸린다고 추정했으나 강남 아파트의 가파른 상승 탓에 5년이 늘었다.
정택수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팀장은 “부동산 시세가 하락할 때 집권한 윤석열 정부가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며 추진한 재건축 활성화와 정책금융 확대 정책이 결과적으로 강남 집값을 부양하는 효과를 일으켰다며 “차기 대선 후보들은 더욱 커진 강남·비강남. 서울·지방의 자산 격차를 완화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실련은 또한 부동산 시장에서 ‘똘똘한 한채’를 선호하게 만드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자칫 강남 부양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팀장은 1가구 2주택자 세금 면제 방안 등을 두고 “잘못 운영하면 지방에 있는 부자들이 면세 혜택까지 받으면서 강남에 투자할 길이 열릴 수도 있다”면서 “부동산 시장 부양이 아닌 주거불안 해소를 위한 대선 공약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