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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싫으면 하지 마라

국민의힘의 ‘사과 코스프레’가 본격화했다. 이미 사과가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사람, 때가 되면 사과하겠다는 사람, 사과의 공감대는 있다는 사람 등이 난립한다. 12·3 불법계엄 사태에 ‘정당으로서’ 사과를 한 건지 안 한 건지, 저걸 사과로 봐야 할지 아닐지 의미 없는 논쟁이 이어진다.

결론적으로 국민의힘은 사과한 적이 없다. 정당의 사과란 무엇인가. 사전적 정의는 없지만, 해당 정당의 책임 범위에 있던 정치행위의 과오를 반성하고 정치집단으로서 합당한 조치를 취하는 일일 것이다. 정해진 형식, 꼭 따라야 할 공식은 없다. 다만 선언과 행위가 동반되는 복합적인 형태임은 분명하다.

정당의 사과에는 당의 총의를 모으는 과정을 거쳐 입장을 정리하고 이를 대표성을 갖춰 밝히는 최소한의 형식이 필요하다. 내용에는 구체적 반성과 성찰, 향후 조치에 대한 약속이 담겨야 한다. 여기에 희생을 감수하는 정치적 결단과 쇄신 등 행위가 뒤따라야 사과가 완성된다. 이 모든 것을 한다 해도 진정성을 인정받기가 매우 어려워서, 정당 전체로서 사과할 일은 애초에 안 만드는 게 상책이다.

불법계엄으로 사과를 피할 수 없는 일은 발생했고, 이후 146일간 당 구성원들의 행위로 문제가 더 커졌다. 몇 차례 ‘사과 호소’ 같은 것은 나왔다.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이 지난 24일 대선 첫 정강·정책 연설에서 “국민의힘은 지금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말했지만, 이는 윤희숙의 사과다. 사전에 당내 논의 절차는 없었다. 내부에서도 개인의 결단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동훈·안철수 대선 경선 후보의 사과 역시 한동훈·안철수의 사과다. 한 후보는 정당 대표일 때도 사과하고 이행에 착수했다가 직에서 쫓겨났다. 안 후보의 사과는 당내 극소수의 일탈행위 취급을 받았다.

나머지는 차마 사과인지 논하기가 민망하다. ‘국민의힘 의원 일동’ 입장문과 그간 당 지도부 발언 등에도 ‘사과’ 표현은 있었다. 그러나 불법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짚지도, 계엄해제결의·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을 반성하지도, ‘계몽령’ 동조 움직임을 막지도 않은 채 “혼란과 충격” “불안과 걱정”을 거론하며 머리를 숙인다고 사과한 정당이 되지 않는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사과 코스프레는 심해질 것이다. 김문수·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는 “때가 되면” “최종후보가 되면”이라는 단서를 달아 본선 진출 시 사과를 예고했다. 이는 대선 국면에서 사과를 정략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사과 포기’ 선언과 마찬가지다. 탄핵찬성파 후보가 뽑힌 대도 그의 입장이 곧 국민의힘의 것으로 퉁쳐질 수 없다. 개인의 사과를 정당의 사과로 변환하는 과정이 생략돼도 문제이고, 그 변환에 ‘이재명은 안 되니까’라는 조건이 작동해도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국민의힘이 제대로 사과할 시간은 이미 지났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지난 4개월의 과오를 뭉개고 대선 직전에 사과를 내놓는 것은 중도 표심을 얻으려는 전략으로 해석될 뿐이다. ‘이제 윤석열은 과거’라고 말한다고 해서 그를 옹호했던 당의 행태가 과거가 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과인 듯, 사과 아닌, 사과 같은’ 것을 내놓으려면 그냥 하지 않고 국민의 평가를 받는 편이 낫다. 하기 싫으면 하지 마시라.

유정인 정치부 차장

유정인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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