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5월8일~10일 전승절 휴전하자”
우크라 “러, 평화 원하면 즉각 휴전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전승절 사흘 휴전’ 선언을 모종의 공작으로 규정하며 발끈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연설에서 “지금 (상황을) 조작하기 위한 또 다른 시도가 있다”면서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모두 5월8일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5월8일부터 10일까지 72시간 동안 휴전에 들어간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이 기간은 러시아가 제2차 세계대전 승리를 기념하는 전승절(5월9일) 휴일과 맞물려 있다. 승전 80주년을 맞는 올해 러시아는 5월8일부터 연휴에 들어간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전면 휴전은 지속적으로 거부하면서 부활절에 이어 다시 한 번 단시간 휴전을 일방적으로 선언한 배경을 놓고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교부 장관은 소셜미디어 엑스에 “왜 5월8일까지 기다려야 하느냐”며 “러시아가 진정으로 평화를 원한다면 즉각 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19일에도 30시간의 ‘부활절 휴전’을 일방적으로 선언한 바 있다. 러시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지부진한 평화 협상 중재에서 손 뗄 수 있다고 경고한 지 하루 만에 부활절 휴전을 선언해 미국 정부를 달래기 위한 제스처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휴전 선언 뒤에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포격과 공습을 중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거듭된 일방적인 휴전 선언으로 여론전을 펴고 있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휴전을 중재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호의를 얻어 미국이 발을 빼는 것을 막기 위한 전략이란 것이다. 이번 전승절 휴전 선언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공격을 비판하고 대러 제재를 경고한 상황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종전 협상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을 향해 “나는 그가 공격을 멈추고 (협상 테이블에) 앉아 협정에 서명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3년 넘게 러시아 군부 인사들을 암살해온 자국 해외공작 조직을 격려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 해외정보국 수장이 러시아군 최고 지휘부에 있는 인사들의 제거를 보고했다”며 “정의는 불가피하게 집행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를 두고 지난 25일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에서 발생한 차량 폭파 사건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당시 러시아군 총참모부 주작전국 부국장인 야로슬라프 모스칼리크 중장이 폭사했고, 러시아는 이를 우크라이나의 소행으로 지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