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김문수, 한동훈 후보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제21대 대통령후보자 선출을 위한 3차 경선 진출자가 발표되자 박수를 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대선 후보 2차 경선에서 29일 김문수·한동훈 후보가 결선에 올랐다. 두 후보는 12·3 내란 우두머리인 전직 대통령 윤석열 탄핵을 두고 상반된 입장을 보여왔다. 경선 결선이 ‘반탄’과 ‘찬탄’의 구도로 짜인 것이다. ‘내란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쪼개져 있는 당을 그대로 압축한 모양새가 됐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주류는 비상계엄을 막지 않았고, 국회의 윤석열 탄핵소추안 가결에 반대했고,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에 반대했다. 극우와 손잡고 윤석열의 위헌·위법적 행위를 옹호해 내란 국면을 장기화했다. 그러다 윤석열이 파면돼 열리는 조기 대선에서 책임이 큰 정당은 그에 대해 사과하고 내란 세력과 분명히 절연하는 경선이 되어야 정상이다.
1·2차 경선은 정반대였다. 성찰도, 사과도, 품격도, 책임지는 모습도 없는 ‘4무 경선’이었다. 김 후보는 “계엄·탄핵에 대해서도 제가 생각하는 건 간단하지 않다”며 “민주당이 저지른 줄탄핵, 입법독재, 예산에 대해서도 국회가 할 수 있는 모든 횡포, 구석구석 신기록을 얼마나 세웠나”라고 했다. 비상계엄 책임이 야당에 있다는, 헌재가 기각한 윤석열식 변명을 되풀이한 것이다. 그러면서 “사과도 할 때 되면 하겠다”며 비상계엄에 대한 당장의 사과조차 거부했다. 한 후보는 “계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면서도 윤석열 출당에 대해선 “본인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고 민주주의·헌정질서를 유린한 내란 우두머리 하나 잘라내지 못하는 게 이 당의 현주소인 것이다. 그러니 경선에서 나오는 모든 말들이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그러고는 이구동성으로 한다는 얘기가 ‘반이재명’이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단일화요, 실현 여부도 알 수 없고 그 크기도 국민이 정하게 될 ‘빅텐트론’이다. 수권정당이 아닌 특정 대선 주자 반대정당으로 스스로를 매김하는 하책이자, 당 경선을 마이너리그로 격하하는 자해적 언동이라 아니할 수 없다. 윤석열 재임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채운 한 대행은 그 실정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국회·야당을 무시하는 태도까지 제2의 윤석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사람과 손잡고 정권을 다시 잡으려는 발상 자체가 국민을 무시하는 정치공학이다.
국민의힘은 30일 양자 토론, 내달 1·2일 당원 선거인단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를 통해 최종 후보를 선출한다. 김·한 후보는 남은 경선에선 삿된 정치공학일랑 접고 내란 극복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직시해 국민 눈높이에서 답을 내기 바란다. 무엇보다 윤석열 출당 등 내란 세력과의 절연을 선언해야 한다. 그게 최소한의 정치적 도의이고, 보수 혁신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