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직 대통령 윤석열이 지난해 12월6일 부산 중구 깡통시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기업 총수들과 떡볶이 등을 시식하고 있다.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 후 민심을 달래기 위한 행사로, 이날 윤석열은 “가덕도 신공항은 반드시 계획대로, 제대로 개항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부산 가덕도신공항의 ‘2029년 개항’이 사실상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총사업비가 13조5000억원에 달하는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이지만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 이로 인한 안전 우려에도 밀어붙이기로 일관하다 덜컥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다. 무리수와 졸속보다는 공항 개항의 큰 그림을 다시 짤 필요가 커졌다.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 수의계약 대상자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지난 28일 국토교통부에 공사기간이 108개월 필요하다는 내용 등을 담은 기본설계안을 제출했다. 국토부가 입찰공고에서 제시한 공사기간 84개월보다 2년이 늘었다. 정부는 활주로·터미널 등을 먼저 지어 2029년 12월 우선 개항하고 완공은 착공 뒤 7년 내 하겠다고 밝혔지만, 컨소시엄 측은 이를 추진하기 불가능하다고 선언한 것이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공사를 포기하면 사업도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공사 경쟁입찰이 4차례 유찰되자 정부가 수의계약으로 이 업체를 선정한 것부터 정부 요구를 맞출 건설사를 찾기 어려웠다는 의미다.
2016년 박근혜 정부 시절 사업성이 없다고 결론 난 가덕도신공항 사업은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선거공약으로 부상했고, 국회에서 특별법까지 만들어 500억원 이상 국책사업이 거쳐야 할 예비타당성조사도 면제됐다. 윤석열 정부가 벌인 ‘엑스포 속도전’은 무리수의 절정이었다. 처음 기본계획을 세울 당시 2035년 개항을 목표로 했지만 2030년 부산엑스포 유치 전략에 맞춰 공기를 5년6개월이나 앞당겼다. 안전 우려에도, 공기를 줄이려 공항 시설물 배치와 건설 공법마저 바꿨다. 당초 해상에 건설키로 한 공항을 공항터미널이 설치될 육지와 활주로로 이어질 바다를 메워 육상과 해상에 걸쳐 짓기로 한 것이다. 지반이 불균등하게 내려앉는 부등침하 우려 때문에 사전 검토 때 배제한 방식이었다. 엑스포 유치 실패 후에도 윤석열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처럼 2029년 개항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무엇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공항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사회적 합의와 법리적 절차 등 원칙에 입각한 공항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 제주항공의 무안공항 참사에서 보듯 공항 시설물 하나가 재난의 불씨가 된다. 항공기와 승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환경파괴를 최대한 막아야 한다. 타당성조사 등을 거쳐 경제성을 높일 방안을 찾는 것도 병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