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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0% 성장에 갇히나

한국 경제가 위태롭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23일, 한국의 2025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0%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하루 뒤 발표된 한국은행의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는 전기 대비 -0.2%를 기록했다. 수출 감소가 본격화되기도 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연간 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한국은행의 최근 경제 진단은 우려를 더욱 키운다.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 이후 경제심리는 얼어붙었고, 트럼프 정부의 본격 출범과 함께 통상환경 악화까지 겹치면서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식고 있다. 1분기 민간소비는 0.1% 줄었고, 음식·숙박·소매업 매출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각각 2.1%, 3.2% 줄었으며, 수출도 1.1% 감소했다. 특히 2분기 이후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 여파로 수출 부진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흐름이 지속된다면, 성장률 1% 선마저 무너질 위험이 커질 것이다. 문제는 단순히 성장률이 낮아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득 정체와 소비 둔화는 서민경제를 직접 겨냥한다. 음식·숙박업 매출은 3~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거리마다 빈 상점과 음식점이 늘어날 것이다. 자영업 폐업 건수는 연간 90만건을 넘어설 수 있는데, 이는 하루 평균 2500곳 이상이 문을 닫는 셈이다. 가계부채 연체율도 1%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아, 20만가구 이상이 원리금 상환에 실패하는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다. 소비심리 위축과 자산가격 하락이 맞물리면서 경제 하강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다.

고용시장도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할 때마다 약 40만~45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가장 먼저 단기 계약직, 서비스업 종사자, 제조업 하청 근로자 등 고용이 취약한 계층부터 무너질 것이다. 청년층과 중장년층은 채용 축소와 계약 해지라는 이중의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경기가 얼어붙고 기업 투자가 위축되면, 고용의 문은 더 좁아지고 일자리의 질도 빠르게 악화될 것이다.

기업들은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생존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한적이며,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투자 위축이 재개될 위험이 크다. 지방공장 투자나 신규 고용도 신중하게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개발(R&D) 투자 위축은 신제품 개발을 늦추고, 미래 성장동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단기 침체를 넘어 한국 경제의 체질 자체가 흔들릴 위험이 커지고 있다.

정부 재정 여건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세수탄성치를 감안할 때 명목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국세수입은 4조~5조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성장률 둔화만이 아니다. 애초에 과도하게 잡은 국세수입 전망이 이미 흔들리고 있는데, 여기에 성장률 악화까지 겹치면서 세수 결손은 한층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경기침체가 깊어질수록 실업급여, 복지 지출 등 민생 지원 수요는 오히려 늘어난다. 세입은 줄고 지출 수요는 커지면서, 재정 압박은 한층 심화될 것이다. 이는 결국 파면된 윤석열 정부가 남긴 초라한 재정 성적표를 그대로 드러낸다. 경기 하강 조짐이 뚜렷했던 올해 초부터 추경 편성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정부는 이를 외면했고, 소극적 대응 끝에 성장 둔화와 세수 결손이라는 악순환을 자초했다. 그 결과, 국민 부담은 가중되고 차기 정부의 재정운용 여력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정부 재정운용에 대한 신뢰성 역시 심각하게 흔들릴 위험에 직면해 있다.

다가오는 6·3 대통령 선거는 단순한 정권교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번 선거는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를 거친 뒤,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담은 선거이자, 침체 경로에 들어선 한국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울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내수경기 회복이 절박한 지금, 서민경제를 살리고 소비심리를 되살리기 위한 적극적이고 과감한 정책이 대선 직후 즉시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이번 대선은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압박과 글로벌 통상질서 재편이라는 외부 충격에 맞서기 위한 유능한 정부를 세우는 선거이기도 하다. 통상 전략을 새롭게 짜고, 산업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는 능력 있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0% 성장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유능한 정부가 절실하다. 인구구조 변화, 기술 혁신, 산업 대전환이라는 도전 앞에서 방향을 바로잡고, 과감한 개혁으로 한국 경제를 새로운 성장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 올해의 선택에 한국 경제의 생존과 재도약이 달려 있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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